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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교사모임 "삶의 질에 대한 원칙 심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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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교육 교사모임 "삶의 질에 대한 원칙 심어줍니다"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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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창신초등학교 6학년 7반 교실. "여러분은 경찰관입니다. 똑 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과속으로 걸린 다음의 다섯 사람에게 벌금을 매긴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①1년전 도둑질한 적이 있는 전과자 ②업무가 바쁜 국회의원 ③미국인 관광객 ④필리핀에서 온 노동자 ⑤인기절정의 가수. 아이들은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국회의원에게 가장 많은 벌금을 매겼다. 필리핀 노동자나 미국인 관광객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실정을 잘 몰라 과속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비교적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홍의표 교사가 제시한 정답은 "누구나 잘못한 만큼 같은 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공평'은 인권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홍 교사의 설명이었다.전교조의 정보인권 공동수업이 논란거리가 된 가운데 초등교사들로 구성된 '인권교육을 위한 교사모임' 소속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체계적인 인권교육이 관심을 끌고 있다. 1년이 넘게 진행돼온 이들의 인권교육은 주로 1주일에 2시간인 담임 재량시간 중 1시간 정도를 이용해 진행한다. 최근에는 인권교과서도 만들었다.

이들이 강조하는 인권은 쉽고 보편적이다. 홍 교사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인권침해를 할 수 있음을 가르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듣기 싫은 변명을 부르거나, 이유없이 툭 치는 등 무심코 하는 행동이라도 남의 마음을 상하게 한다면 그것이 곧 인권침해가 된다는 것이다. "선생님 얘가 인권침해해요" 홍 교사 학급의 아이들은 한동안 "선생님, 얘가 저 때렸어요"라는 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인권침해라는 개념을 장난 삼아 남발한 것이다. 그러다 아이들은 차츰 인권의 소중함을 장난거리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중하기 시작했다.

이 모임 강현정 교사(서울 도봉초등학교)는 최근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권 카드' 수업을 했다. 아이들에게 물, 공기, 세끼 식사, 간식, TV, 라디오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써 있는 카드를 주고 덜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몇 개씩 버리게 했다. 1장 2장씩 빼 나가던 아이들은 남아있는 카드수가 점차 줄어들자 "도저히 이것 없이는 못 살겠다"고 힘들어했다. 강 교사는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할 수 없는 요소들에 바로 인권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최근에는 '교실 인권선언문'을 만들었다. 누구나 놀림 받지 않을 권리, 조용한 환경과 안전한 교실에서 살 권리 등 조항이 들어 있다.

인권수업은 언뜻 보면 사회 통념이나 질서에 대한 반발을 유도하는 것처럼 비칠 수도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지향해야 할 삶의 질에 대해 원칙을 심어주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부모님에게 이유없이 맞았을 때, 부모님을 인권침해로 고발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나중에 자신이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이 받은 상처를 기억해 아이들의 마음을 다치지 않게 하라는 것이다. 또 교사들이 아이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인권을 깨닫는 것 못지 않게 강조하는 것이 '상호성'이다. 내 인권이 소중한 만큼 남의 인권도 생각하게끔 하려는 것이다.

교사들은 "인권수업이 일반 도덕수업과 다른 것은 애국, 공중질서 등 도식화해 있는 규범의 틀을 재고하는 것"이라며 "왜 이런 규범이 필요한지, 어떠한 합의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생각함으로써 민주 시민의 틀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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