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차 값이 1억2,800만원(부가세 포함)에 달하는 아우디 최고급 세단 A8의 아시아 데뷔무대가 일본을 제치고 한국으로 선택됐다. 결과는 대성공. 판매가 시작되기도 전에 1차 선적분 40대가 모두 예약판매 돼 관계자들을 흥분시켰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 속에 상품을 등장시키는 간접광고(PPL·Product Placement)의 위력을 알고있는 마케팅 전문가에게 아우디A8의 이 같은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아우디는 4월 당시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올 인'에 A8을 출연시키기 위해 차를 비행기로 공수하는 과감한 투자를 마다하지 않았고, 이 같은 정성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이처럼 자동차 마케팅에서 PPL의 위력이 막강해지자 올 여름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할리우드 흥행 대작들도 자동차 업체들의 치열한 PPL 전쟁터가 되고 있다.
파라마운트의 대작 '툼레이더 2 : 판도라의 상자'에서 글래머 여전사 라라 크로포드(안젤리나 졸리 분)는 '지프 랭글러 루비콘 2003'으로 사막을 누빈다. 1999년 개봉됐던 전편에서는 랜드로버의 디펜더가 등장했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영화에 나오는 랭글러 루비콘과 똑같은 모델 1,000대를 한정 생산해 영화개봉에 맞춰 미국에서 시판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서울시내에서 로드쇼 등 다양한 거리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터미네이터 3'에는 '렉서스의 보석'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카 SC430이 등장한다. 3편에 새롭게 등장하는 여성 사이보그 'T-X 터미네트릭스'(크리스티나 로켄 분)가 운전하게 될 이 차는 이 영화의 감독 조나단 모스토우의 애마. 곧 개봉할 한국영화 '역전에 산다'에도 등장한다. 가격 1억780만원.
상영중인 '매트릭스 2'에는 캐딜락CTS가 등장해 15분간의 고속도로 추격신을 벌이다 장렬하게 희생(?)된다. 영화 기획과 제품 기획이 동시에 진행되는 기록을 남긴 캐딜락CTS는 이 장면 촬영을 위해 24대가 부서졌다. 이 같은 희생 덕분인지 지난달 국내 캐딜락CTS 판매대수는 10대로 4월에 비해 2배나 늘어났다. 가격 6,250만원.
'미녀삼총사2'에서 카메론 디아즈는 자동차 마니아로 등장하며 1962년도에 출시된 페라리 250 GT를 몰고 나타난다. 이 차는 59∼62년 단 100대만 만들어진 귀한 차다. '나쁜 녀석들 2'에는 이 영화 감독 마이클 베이가 실제 몰고 다니던 페라리 550 마라넬로를 출연시켰으며, '엑스맨 2'의 주인공이 타는 마쓰다 스포츠카 RX-8은 다음달에야 미국에서 출시되지만 이미 영화에 등장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폭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007시리즈 PPL로 톡톡히 재미를 봤던 BMW는 아예 BMW필름이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BMW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고용자(The Hire)라는 10분안팎의 단편영화 시리즈를 만들어 홈페이지(www.bmwfilms.com)에 공개하고 있다.
일종의 광고 영화지만 리안, 왕가위, 오우삼, 가이 리치, 존 프랑켄하이머 등 특급 감독들과 마돈나, 미키 루크 등 특급 배우들이 출연하는 등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 네티즌들의 반응이 열광적이다. 그 중 오우삼 감독의 인질(Hostage)은 지난달 수입차모터쇼에서 상연돼 관람객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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