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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왜 그들을 두번 버렸나/한수산 4년만에 신작 "까마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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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은 왜 그들을 두번 버렸나/한수산 4년만에 신작 "까마귀"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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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위기가 닥치면 모국어가 나온다. '어머니', '물'이라는 조선말에 일본인은 몸을 돌렸다. 폭염 속 거리에 내버려진 몸뚱아리 위에 까마귀가 덮쳤다. 역사는 이토록 잔혹했다."한수산(57·사진)씨가 역사 장편소설 '까마귀'(전5권·해냄 발행)를 출간했다. 4년 만의 신작 소식이다.

미국 버클리대 한국학연구소 방문연구원으로 체류하고 있다가 소설 출간을 맞아 귀국한 그는 1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 피폭지, 탄광 유적 등을 찾아 다니던 1990년대 초반의 기억부터 전했다. "고통스러워서 작업을 피하고 싶었다. 어느날 밤 나가사키의 한 호텔에서 눈물을 쏟았다. 역사의 진실을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의무가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 약속했다. 써내겠노라고." 그는 93년 신문에 연재를 시작하는 것으로 약속을 이행하기 시작했다. 3년 뒤 연재를 중단하고 내용을 새롭게 구성했다. 그의 약속은 10년 만에 지켜졌다.

'까마귀'는 일제 패망기에 나가사키로 징용돼 간 뒤 원폭에 희생된 한국인의 비극적 삶을 그린 소설이다. 그들은 조국을 잃었다는 이유로 조국에서 떠나야 했으며, 조국을 빼앗은 나라에서도 버림받았다. 나가사키에서 죽어간 피폭 조선인은 1만 명이다. '인류의 비극'으로 뭉뚱그려진 원폭 투하 뒤에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시체마저도 차별 받아야 했던 식민지의 더 큰 비극이 있었다. 한수산씨가 일본 곳곳을 다리가 아프도록 돌아다니면서 몸으로 깨달은 진실이기도 했다.

"자료를 소설화하는 작업이 힘들었다. 때리는 장면 하나도 실제 증언에서 추출해 썼다." 작가 자신 가공된 이야기가 없다고 말할 만큼 역사적 사실에 단단하게 토대를 둔 작품이다. 그래서 한씨는 이 작품을 "역사의 재현이고 재구성"이라고 부른다. 집필 내내 태극기를 책상 앞에 걸어두었다고 했다. "나가사키의 많은 절 지하에는 징용으로 끌려왔던 조선인의 유골이 거미줄에 감기며 지금도 방치돼 있다. 거기에는 조선인이라는 짧은 신분 증명, 그리고 알 수 없는 번호들이 적혀 있을 뿐이다. 대한민국은 언제까지 이렇게 자국민을 유기해야 하는지, 조국이 무엇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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