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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의 국제潮流]북핵문제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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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출의 국제潮流]북핵문제의 이중성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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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일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이라는 공동 목표의 인식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에 있어선 양국의 의도와 목적에서 큰 차이를 노출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방미 때 미국과 합의한 핵무기 우선 폐기의 원칙이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이번 방일에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폐기할 경우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임을 일본과 공동으로 재천명하고, 핵 문제 해결과정에 대화 우선 원칙의 중요성을 함께 강조하려 했다.그러나 민족정서에 기반한 한국의 이 같은 전략에 대해, 일본도 자기 나름대로의 민족주의적 논리에 따른 의도를 갖고 있었다. 일본은 미국의 강력한 지지를 배경으로 유사법 제정을 서두르면서, 북핵 문제의 해결 과정을 최대한 이용하여 동북아에서 군사·정치적 기반을 수립하겠다는 의도를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일본은 '보통국가'를 완성하려는 의지를 분명히 했던 것이다. 여기서 한국적 민족주의와 일본적 민족주의의 충돌을 엿볼 수 있다.

다른 한편, 이번 회담에는 민족주의 정서와 정반대의 세계화 논리가 짙게 깔려 있다. 일본은 우리의 평화 번영 정책과 21세기 동북아 경제협력에 공감을 표시했으며 자유무역협정 체결, 문화교류 등에 대해서도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특히 한국은 지적·도덕적 우월감을 통해 일본의 동의를 도출해 냈고 이런 협력을 기반으로 한 21세기 동반자 개념을 일본에 설득하려 했다. 한국의 이런 막연한 미래 지향적 입장에 일본은 반대할 이유가 없었고, 특히 과거사 문제가 지역세계화 논의 속에 묻혀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렇게 볼 때,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민족주의적 경향과 세계화 추세라는 상반되는 개념이 혼재해 나타났다. 한국은 일본의 과거사를 미래에 묶어둠으로써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우리가 취할 입장에 대한 일본의 동의를 유도했으나 결과적으론 불완전한 성공으로 낙착되었다. 이는 북핵 문제가 21세기 동북아 공존공영의 시작이 될 수 있음과 동시에 민족주의의 강화 과정을 수반할 수 있는 이중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의 이런 이중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는 동북아 번영이라는 공동목표, 즉 지역세계화의 목표가 지적 리더십만으로 가능한 것인지, 그리고 북핵 문제 해결과정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일본이 군사화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인지에 있다. 현실적으론, 동북아 지역의 경제적 상호의존은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진행되어 왔고, 이런 경제 현실이 여전히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은 1994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또한 미국 주도의 군사적 패권화도 역시 우리의 의도와 관계없이 일본의 군사화를 촉진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동북아 질서 형성과 관련해 북핵 문제의 해결에 어떤 전략을 구상하고 있는가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된다. 미국이 일본과 함께 궁극적인 중국 봉쇄의 길로 들어선다면 우리는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 지역 국가들과 어려운 관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개별국가의 민족국가 완성 과정, 경제관계의 심화, 미국의 군사국가로서의 패권 강화,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의 이에 대한 저항이 북한 문제 해결과정과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반도의 위상은 앞으로 복잡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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