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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과 한반도 정세 /해외전문가 인터뷰] <3·끝>루신 中사회과학원 학술위 부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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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核과 한반도 정세 /해외전문가 인터뷰] <3·끝>루신 中사회과학원 학술위 부주임

입력
2003.06.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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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에서 손꼽히는 한반도 전문가인 루신(汝信·72) 중국사회과학원 학술위원회 부주임을 만나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 등에 대해 견해를 들었다. 인터뷰는 베이징(北京) 중국사회과학원내 그의 연구실에서 이뤄졌다. /편집자주

―북한 핵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나. 정말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가.

"먼저 이 문제에 관한 여러 갈래의 주장이 아직은 추측 수준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 문제를 판단하는 데 불확실한 요소가 많이 존재하며 결국 (관련국들이) 다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이다. 여기서 이라크 문제를 반추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WMD)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 하에 전쟁을 치렀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도 문제의 무기는 여전히 발견되지 않고 있다."

―북한 핵 문제에 관한 중국의 입장과 역할은 무엇인가.

"북한의 미래에는 불확실한 많은 요소가 잠재해 있다. 북한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급격한 변화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북한의 미래를 결정할 관건은 변화의 속도가 될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 문제가 그렇다. 북한이 핵 보유를 주장하지만 미국조차 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다. 또한 동북아 지역 전체의 생각이기도 하다. 북한의 핵 보유 문제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의 문제를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꼭 해결해야 할 문제다."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 국가로 규정하고 김정일 정권 붕괴를 거론하고 있다. 만일 미국이 북한을 공격한다면 중국은 어떤 행동을 취할 것인가. 북한 편에서 개입할 것인가.

"중국은 기타 다른 관계국들과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이 발생할 때에는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사태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며 한반도 전체의 문제다. 어떻게 해서든지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일은 피해야 한다. 만약 미국이 북한을 공격해 방사능이 유출된다면 중국 한국 러시아에 미치는 영향은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대항까지 한다면 말 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현 남북관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나.

"남북 관계는 과거 대립구도에서 발전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불안정한 요소들이 많다.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햇볕정책 이외에 대안은 없다고 본다. 당시 한국에서는 햇볕정책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았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한번에 해결될 수 없는 일임을 기억 해야 한다. 빙산이 햇볕을 쬔다고 한번에 녹는 일은 없다. 인내하며 기다려야 한다. 조급해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때로는 시간이 방법일 수 있듯이 말이다."

―남북 문제의 해법을 어떻게 찾아야 하는가.

"한반도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한국과 북한의 문제이다. 양국이 자주독립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한반도의 분열은 역사가 조성한 것이다. 2차 세계대전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관계국간의 안전보장 지지가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남·북 양측이 찾아야 한다. 양측은 50년 이상 지속된 분단으로 의식·사상 면에 있어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공감하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경제교류이다. 북한은 현재 심각한 경제난에 봉착해있다. 경제문제를 통해서 서로의 입장차를 줄인다면 정치문제 역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중국은 현 동북아 정세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중국의 역할은 무엇인가.

"동북아 전체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북한 핵 문제가 그렇다. 중동쪽의 문제도 있긴 하지만 외교적인 입장에서 볼 때 북한 문제가 핫이슈이다. 한국과 북한은 과거 한 국가였고, 한 민족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이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요한 자리에 있다. 중국은 이 문제 해결의 동반자이며 협력자이다. IMF사태이후 동북아 최고 수준의 빠른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과 중국이 협조하고 협력하면 동북아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세계 차원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탈북자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은. 향후 이에 대한 입장은 변화할 것인가.

"중국 입장은 분명하다. 중국 법률에 따르면 탈북자들은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불법 행위자이다. 중국은 불법 월경에 반대한다. 하지만 불법 월경자들을 인도주의 차원에서 대접하고 해결한다는 것도 중국의 입장이다. 중국으로서는 국내법을 준수해야 하고, 국제법을 존중해야 한다. 즉 불법행위는 반대하지만 사건처리는 인도주의 차원에서 한다는 것이다. 현재 베이징의 대사관 구역은 탈북자 문제로 매우 혼란스럽다. 이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일이며 중국은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 중용적인 태도를 취할 순 없다. 중국정부의 불법 월경자 정책은 변화를 기대하기 힘든다고 본다. 그러므로 이들의 월경을 막으려 최대한 노력을 할 것이다."

―한국의 현 정부는 '동북아 중심국가'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은 이 비전에 대해 어떤 시각을 갖고 있나.

"한국은 동북아에서 특수한 작용을 해야 한다. 특히 평화문제에 있어 한국은 리더십을 가져야 한다. 또 경제 문제에 있어 중국과 한국 일본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동북아를 이끌어야 한다. 유럽은 현재 경제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동북아는 이런 면을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아시아의 글로벌화에 한국의 어깨가 무겁다. 이 시점에서 일본이 아시아 타 국가와의 협력을 원하는지가 역시 커다란 이슈가 되겠다. 동북아의 협력에 있어 중국과 한국은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일본만은 그렇지 못하다. 그렇더라도 나는 동북아의 경제발전에 있어 일본의 적극적인 참여가 빠져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3월 출범한 중국 4세대 지도부의 과제를 어떻게 보는가.

"4세대 지도부는 과거 지도부의 외교 정책을 잇고 있다. 기본적인 성향은 같지만 더 많은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지금 중국의 가장 큰 문제는 사스(SARS·급성중증호흡기증후군)문제다. 사스는 중국에게 커다란 교훈을 주었다. 사스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전염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 주었다. 중국은 인구문제 해결이 첫번째 과제이다. 중국은 대량인구를 가지고 있고 많은 직업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촌과 도시의 발전 불균형 문제도 커다란 숙제이다. 이 문제야말로 새 지도부가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서방에서는 중국이 경제 군사 강국이 될 경우 '황화론(黃禍論)'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각 곳에서 쏟아지는 질문 중 흥미로운 대목이 중국 위협론이다. 물론 현재 중국은 빠른 경제 속도를 보여주고 있지만 중국의 지방을 보면 너무나도 낙후되어있다. 지방형편을 떠올리면 중국이 세계를 위협할 정도의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생길 것이다. 서방 선진국과 GDP를 비교해볼 때 위협론은 불가능한 시나리오이다. 중국에는 베이징과 상하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중국은 국내의 일만해도 정신이 없다. 어떻게 세계를 위협할 수 있겠는가?"

―수교 10년을 훌쩍 넘어선 한중관계를 평가하면.

"양국 10년 교류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방면에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발전해왔다. 현재 양국 공통의 문제는 동북아 평화와 안정적 번영이다. 이 문제에 있어 양국은 같은 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서로 힘을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제분야에서도 몇 년 전 만해도 몇 십억 달러였던 무역규모가 2002년에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 기업이 거대 시장인 중국과 교류와 합작을 하는 것은 좋은 기회라고 할 수 있겠다. 현재 중국과 한국 모두 새로운 지도부를 맞이했는데 양국은 이전의 정부가 실행했던 우호적인 면모를 유지해야 한다. 중대한 문제를 서로 상의하여 해결토록 하여야 한다. 양국의 우수한 인재들이 공동연구 공동개발 등의 기회를 많이 만들어 양국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베이징=송대수특파원 dssong@hk.co.kr

● 루신

루신 중국사회과학원 학술위원회 부주임은 중국에서 헤겔철학과 국제정치학 분야의 태두로 평가된다.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정치철학으로 중국 건국 초기부터 대외정책 노선 결정에 참여했다.

특히 그는 사회과학원 학자 중 한국전 참전 경험을 가진 극소수 인물 중 한 사람이다. 1993년 5월 사회과학원 내 한국연구센터 설립을 주도, 지금까지 이사장직을 맡아 오고있다.

1981∼82년 미국 하버드대 방문학자를 지내 미국의 대외정책에도 폭 넓은 이해를 갖고 있다. 올해 초 사회과학원이 펴낸 '서방학술명저총서'의 편집인을 맡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1931년 장쑤(江蘇)성에서 태어나 49년 상하이(上海) 성요한대학 정치과를 졸업했다. 사회과학원 부원장, 중국정치학회 회장, 국제철학 인문과학이사회 부주석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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