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러분 사랑해요∼ 볼륨을 높여봐요∼/KBS 2FM "볼륨을…" 이 본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러분 사랑해요∼ 볼륨을 높여봐요∼/KBS 2FM "볼륨을…" 이 본

입력
2003.06.11 00:00
0 0

3년 전 한 여성이 차 안에서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를 정신없이 듣다가 그만 앞 차를 들이 받았다. 젊은 남자가 타고 있던 앞 차에도 '볼륨을 높여요' 라디오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쪽도 '이본' 듣고 계셨어요." 이 일이 인연이 돼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19일로 방송 3,000회를 맞는 KBS 2FM(89.1㎒·오후 8∼10시)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1995년 4월 3일 방송 첫날부터 마이크를 잡아온 이본은 8년이 넘는 세월 동안 DJ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청취자 커플'의 사연을 꼽았다.

가무잡잡한 얼굴에 깡마른 체구는 여전하지만 올해로 서른 하나. '볼륨을 높여요'와 함께 20대를 보내고 30대에 접어들었다. 그간 거친 PD만 21명. "1년 정도만 하면 많이 하겠다 생각했는데, 벌써 8년이 지났네요."

처음 DJ를 맡았을 때 그의 진행 방식을 놓고 말이 많았다. '방송 도중 뒤로 넘어갈 듯 깔깔대며 웃는 소리가 너무 경박하다' '말이 거칠고 진행이 너무 투박하다' 등. '네가 무슨 8시 생방송을 해, 밤에 놀아야지' 하는 말도 들었다.

오기가 발동했다. "청취자 사연은 전날 집에 챙겨가 꼼꼼히 읽었고, 오후 6시부터 11시까지 스튜디오에서 살았어요. '볼륨을 높여요'는 초대 손님이 많은 버라이어티 쇼 개념의 프로라 섭외도 신경 써야 해 저녁 시간을 모두 투자한 거죠." 외모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와 달리 술은 전혀 못해 밤 시간대 생방송이 가능했던 것 같다고 했다.

첫 방송부터 실수가 많았다. 당시 이인숙 PD는 초보 DJ인 이본을 고작 30분 가르친 후 곧바로 스튜디오에 들여보냈다. CD 걸고, 마이크 올리고, 멘트 읽고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었다. "정말로 미안한 마음에 방송을 마치면서 '여러분, 사랑해요'라고 멘트를 했는데, PD 선생님이 마지막 멘트만은 좋다고 하더군요." 그 후로 '여러분, 사랑해요'는 변함없는 클로징 멘트가 됐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의 튀는 진행은 차츰 프로그램의 색깔이 됐다. 이제는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철수만큼이나 개성 있는 진행자라는 평을 듣는다. 그러면서 그녀도 당당해졌다. "웃음 소리가 거슬린다고 말하면 이제는 듣지 말라고 얘기해요. 웃을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복인데…. 다행히 많은 분들이 '볼륨을 높여요'를 사랑해줘 제 방식을 고집할 수 있었어요." 지난 주에도 세 번씩이나 박장대소하며 웃음을 그치지 못하는 바람에 진행이 엉키는 '방송사고'가 났지만,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거침없이 얘기했다.

"이제는 7시 59분이 되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괴롭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라디오에 남다른 애착을 갖게 된 게 사실. "3년 전 드라마 제의를 받고 마지막 방송이라 생각해 오프닝 멘트를 읽었는데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아, 지금은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드라마 출연을 접었어요. 라디오는 꾸미지 않은 상태에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매체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예쁘게 꾸미는 말은 못하지만 비방어(비방송용 언어) 만큼은 쓰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녀는 드라마 '순수' 이후 3년간 연기를 쉬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연기를 포기한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DJ로서) 이왕이면 10년을 채워야 하는 것 아닌가요?"

DJ로 한층 성숙해진 그녀와 '볼륨을 높여요'의 3,000회를 기념하기 위해 12일 오후 8시 서울 여의도공원 야외무대에서 특집 공개방송이 열린다. 김건모 NRG 캔 보아 이적 김진표 코요태 세븐 자두 슈가 러브홀릭 Take 등 인기 가수들이 총 출동할 예정.

/김영화기자 yaa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