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과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사이의 심한 갈등은 행정편의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의 극단을 보는 것 같다. 공인중개사협회는 국세청의 대대적인 현장 조사에 항의해 정·관계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사례를 수집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주요 시책에 해당 업계가 집단적·조직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다.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정부 책임이 크다. 물론 부동산 투기를 부추겨 부당이익을 얻는 공인중개사들이 적지 않고, 이들은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투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없이 중개업계를 '사회적 부도덕 집단'으로 매도하며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정부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대책 발표 때마다 꼭 끼는 것이 탈세·불법 거래를 일삼는 중개사들에 대한 집중단속이다. 비교적 수월하고 전시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효과는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매번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자신들을 실패한 정책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중개업계의 항변은 이런 맥락에서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
그러나 공인중개사협회가 고위 공직자들의 투기사례를 공개하겠다는 '협박'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행위도 불사하겠다는 잘못된 집단의식의 발로로 비쳐져, 자칫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가 있다. 다만 투기문제가 제기된 것은 지도층의 투기가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닌지, 일반인들의 관심이 오히려 그 쪽으로 쏠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번 사태는 최근 두산중공업 노사분규, 화물수송 대란 등의 처리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원칙한 행동이 만들어 낸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법과 원칙이 확실히 지켜지는 것만이 앞으로 유사한 일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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