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 길 나서는 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중에서 ―
★ 제가 일생을 두고 가장 좋아하는 글입니다. 아니, 글이 아니라 혼(魂)입니다. 힘들고 외롭고 아플 때마다 이 글을 꺼내 읽으면, 글은 영혼처럼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말해줍니다. "내가 너의 그런 사람"이라고. 그러면 저도 대답하듯 다시 한 번 조용히 다짐하게 됩니다. "나도 누군가 그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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