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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권레이스 / 몸사리기… "바람"이 안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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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당권레이스 / 몸사리기… "바람"이 안분다

입력
200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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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당권레이스가 밋밋하게, 그리고 재미없게 흘러가고 있다. 지금까지 두 차례씩의 합동 정견발표와 TV토론이 있었지만 쟁점의 부재, 당권주자들의 몸 사리기 등으로 여론의 시선을 끄는데 실패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누가 대표가 되든 당의 이미지 쇄신은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우선 당권주자간의 치열한 공방이 눈에 띄지 않는다. 최대 현안인 당 개혁에 대한 차별성이 거의 없는 게 첫번째 이유다. 보수의 틀 안에서 당권의 분점, 상향식 공천, 디지털 정당화 등 비슷비슷한 주장을 펴는 주자들 사이에 토론의 각이 제대로 설 리 없다. 그나마 쟁점으로 떠오른 서청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번복과 '내각 참여론' 논란도 와각지쟁(쌬角之爭)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당권주자들의 '부자 몸조심' 성향에 있다. 경쟁주자에 대한 공격이 오히려 그를 키워주는 역효과를 부를까 애써 공세를 자제하거나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강재섭 의원은 8일 출마회견에서 제2의 창당과 당명 변경을 공약했지만, 다른 주자들은 가타부타 반응이 없다. 한 주자측은 "남의 집 잔치에 재를 뿌려서야 되겠느냐"며 웃어넘겼고, 또 다른 주자진영은 "우리도 늘 하던 얘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굳이 평지풍파를 일으키지 않아도 승산이 있다"는 게 유력주자 대부분의 생각으로 보인다. 때문에 스스로 쟁점을 만드는데도 소극적이다.

오히려 일부 주자 사이에는 막후거래의 냄새가 풍기는 연대설이 피어올라 "거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과열방지를 이유로 주자들의 발을 묶은 선거운동 규정도 경선의 흥행을 가로막고 있다. 당 선관위는 지구당 방문과 선거인단 개별접촉을 금지한 데다 권역별 합동유세의 참석인원도 턱없이 적게 제한해 '경선 바람'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선거인단이 5만명이 넘는 서울 및 강원지역 유세에서 주자들의 연설을 직접 들을 수 있는 인원은 2,000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결국 음성적 줄세우기와 조직표가 대세를 가르는 구태가 재현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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