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자금 시장에 때아닌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불황으로 이자도 제때 못 갚는 기업들이 늘자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이 움츠러들고, 자금줄이 마른 기업들의 부도가 속출하면서 다시 대출 문턱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중소기업의 자금 구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부도 업체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자금시장, 온탕에서 냉탕으로
올들어 5월까지 주요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 폭은 1조∼4조원이라는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했다. 정부의 지속적인 억제 방침에 따라 가계대출이 감소한데다, SK글로벌사태로 대기업 대출마저 줄면서 은행들이 중소기업 자금 시장으로 눈을 돌린 탓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말 21조8,410억원이었던 중소기업 대출은 5월말 기준 4조534억원 늘어난 25조8,944억원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은 2조4,421억원 늘어난 39조1,858억원을 기록했으며, 하나은행 2조4,431억원, 신한은행 2조2,432억원, 조흥은행 1조4,975억원, 외환은행 1조9,526억원이 각각 늘었다.
그러나 5월을 기점으로 중소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4%대로 올라서면서 이 같은 추세는 급반전했다. 대출된 자금이 시설 투자보다 운전 자금으로 쓰이는 경향이 높은 가운데, 하반기 경기회복 전망도 불투명해지면서 중소기업 대출이 부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민은행은 최근 6.6%에 이른 중소기업 대출 확대 비율을 5%대로 억제하고 대출금 회수에 주력키로 했다. 우리은행은 4월 한 달에만 1조800억원에 이르렀던 중소기업 대출을 5월에는 7,500억원으로 30% 줄였다. 중소기업 대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모텔, 음식점, 부동산 등 서비스 업종에 대한 신규 대출은 사실상 중단키로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 강화로 부실 기업 골라내기에 주력하고 있으며 검증이 어려운 신생 업체에 대한 대출은 지점보다 본부에서 주로 맡고 있다"고 말했다.
말라붙은 자금, 부도 피해 급전까지
이처럼 자금시장이 급변하면서 부도업체 수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지난 4월 중 부도업체 수는 507개로, 전달에 비해 28% 늘어났다. 이는 2001년 1월(532개) 이후 27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올들어 부도 업체 수는 1월 411개, 2월 384개, 3월 396개로 400개 안팎에 머물렀었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 및 금융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부도 업체수가 크게 증가했다"며 "6월에도 기업 대출은 점점 줄어들 것으로 보여 부도업체 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벌써부터 자금줄이 마른 중소기업들은 부도 위기를 피할 급전을 마련하기 위해 연리 120%가 넘는 초금리 사채에도 손을 대고 있다. 대금업체 A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위한 거래처 결제 자금, 어음을 담보로 액면금액의 50%를 빌리는 어음 견질대출, 무역자금 대출 등을 취급하고 있다"며 "실적은 월 100여건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최근 은행권 대출이 줄어든 탓인지 중소기업 전문 대금업체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의 금융상품은 대출 기간은 10∼30일이지만 이자는 월 9∼11%, 연리로 치면 최고 132%에 이른다. 대부업법상 대출이자의 최고한도는 연리 66%. 하지만 3,000만원 미만이라는 조건이 있다. 대부 업체들은 중소기업 대출을 최소 5,000만원 이상으로 정해 이 같은 법적 규제를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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