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서울 모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이 대학에 재학중인 유명 가수 A씨의 행동을 비난하는 글이 잇달아 게재됐다. A씨가 오랜만에 학교에 나타나 수업이 끝난 뒤 담당 교수에게 콘서트 티켓이 들어있는 것으로 보이는 '봉투'를 전달하는 장면이 목격됐기 때문. 학생들은 "대부분 학생들이 충실히 학교 생활에 임하는데 아무리 연예인이라고 학점만 얻기 위해 막판에 한두번 얼굴만 내미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학교 홍보활동이 중요해지고 연예인들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각 대학들은 유명 연예인의 입학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있지만 정작 대부분 연예인은 입학후 학교에 거의 모습을 비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일부 연예인은 좋은 학점을 얻거나 학사경고를 피하기 위해 교수들에게 '뇌물 아닌 뇌물'까지 제공하고 있어 도덕적인 비난까지 받고 있다.
서울 B대 4학년인 유명 가요그룹의 멤버 L씨. 지난해 2학기말 연이어 2번의 학사 경고를 받을 위기에 처하자 1년여만에 학교를 불쑥 나타나 교수들을 찾아 나섰다. 애교 띤 목소리로 교수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신과 다른 가수들의 CD와 콘서트 티켓을 내밀었다. 일부 교수들이 거절하긴 했지만 결국 학사 경고를 피하는 데는 성공했다.
L씨는 부랴부랴 학교를 찾은 이유에 대해 "다른 대학이지만 최근 친구인 가수 2명이 제적까지 당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며 "어렵게 입학했는데 불명예스럽게 쫓겨나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서울의 C대에 입학한 가수 D씨도 "캠퍼스 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했으나 바쁜 스케줄 때문에 사실상 학교에 가는 것이 힘들다"고 털어 놓았다.
X대 지방캠퍼스의 한 연극영화과 조교는 "연예인들이 학교에 안 나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교수들도 시험보다는 상담이나 보고서 등으로 성적 평가를 대체하지만 이마저도 응하지 않는 연예인 학생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P대 대학신문 기자는 "연예인들은 입학 사실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 특혜를 받았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며 "수업에 자주 결석하는 등 불성실한 학교 생활은 학우들에게 부정적인 인상만 심어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매년 장학금을 탈 정도로 학교 생활에 모범적인 한 연예인은 "계획을 잘 짜면 스케줄과 겹치지 않으면서도 주 3일 정도는 충분히 수업을 들을 수 있다"며 "일반 학생들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행동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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