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로드웨이와 더불어 세계 뮤지컬의 양대 산맥인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 1980년대에는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 등 웨스트엔드 초연의 4대 뮤지컬이 브로드웨이를 휩쓸어 비틀스에 이어 영국의 문화적 힘을 보여주었다. 이곳에서는 매일 50여 편의 뮤지컬이 무대에 오른다. 뮤지컬 규모에 제일 적합하다는 1,000∼1,500석 규모의 중극장만 30여 곳이 넘고 연극 공연을 위한 소극장까지 합치면 300여 곳에 이른다. 런던의 문화정보지인 '타임 아웃'에는 350여 개가 넘는 공연이 소개된다.계급에 따라 나눠지는 영국 뮤지컬
뮤지컬의 최첨단을 달리는 만큼 공연의 양도 많고 경향도 다양하다. 런던에 머물고 있는 뮤지컬 칼럼니스트 원종원씨는 "영국 사회는 아직 귀족과 평민 등 계급이 남아있어서 뮤지컬도 관객층이 나뉜다"고 말한다. 80년대의 4대 뮤지컬이나 요즘 공연 중인 '마이 페어 레이디'는 상류층을 위한 뮤지컬이다. '마이 페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영화(64년)로 제작된 작품을 영국 국립극장(NT)의 예술감독 트레버 넌이 리메이크했다. 코벤트 가든에서 꽃을 파는 하층 여인의 거친 말투를 언어학자인 헨리 히긴스 교수가 교정하면서 둘이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정통 영국 영어와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재현해 노년층 관객의 인기를 끌고 있다. 트레버 넌은 30년대 미국 뮤지컬을 재조명한 '오클라호마'나 '에니 싱 고우즈'로 상류층 뮤지컬의 부흥을 가져오고 있다. 그러나 현재 웨스트엔드에서의 인기는 아무래도 중산층과 서민층 관객을 겨냥한 뮤지컬이다. '오페라의 유령'이나 18년 째 장기 공연 중인 '레 미제라블'이 관광객을 위해 있는 반면 현지인들은 '맘마미아' '시카고' '봄베이 드림스' '라이온 킹' '아워 하우스' '치티치티 뱅뱅' '위 윌 락 유' 등으로 몰리고 있다.
웨스트엔드 최신 뮤지컬의 세 경향
4대 뮤지컬 이후 새로운 흐름을 타고 있는 웨스트엔드의 흥행 선두 주자인 뮤지컬은 익숙한 히트곡을 사용하는 경우, 특화한 관객층을 노리는 경우 등의 경향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기존 히트곡을 사용한 뮤지컬은 영국의 인기 7인조 남성그룹 매드니스의 노래를 배경으로 주인공이 두 가지 경우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인생극장' 식의 '아워 하우스', 라이브 음악이 없어진 미래에 그룹 퀸의 음악을 찾아 나선다는 '위 윌 락 유' 등이 아바의 히트곡으로 짜여진 '맘마미아'의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최신작 '봄베이 드림스'의 성공도 주목할 만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런던의 인도인들을 주 관객층으로 겨냥한 이 뮤지컬은 허를 찌르는 인도식 이야기 진행과 약간 촌스러운 춤 등으로 인도인들의 폭발적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
리메이크 곡 뮤지컬은 저비용 고효과
대중의 귀에 익은 음악을 사용한 '맘마미아' '시카고' '라이온 킹'은 전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디즈니의 뮤지컬 '라이온 킹'은 웨스트엔드 주류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세계적 보편성을 추구하는 디즈니의 전략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녀와 야수'의 재공연도 준비되고 있고, 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를 대중적 뮤지컬로 리메이크한 '아이다'공연도 연내에 이뤄질 예정이다.
'맘마미아'는 아바의 세계적 인기를 업고 있고, '시카고'도 소재는 미국적이만 30년대 빅밴드 재즈의 대중적 인기에 바탕하고 있다. 국내에서 공연이 준비되고 있는 전훈 연출의 '그녀는 예뻤다'나 송승환이 이승철의 음악을 가지고 작업 중인 새 뮤지컬도 과거의 히트곡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경향과 맥이 닿는다.
영국에서 제작 예정인, 160억원이 넘게 들어간다는 '반지의 제왕'이 대형 뮤지컬 바람을 다시 몰고 올지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현지에서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고 어느 정도의 성공이 보장되는, 과거 히트곡을 리메이크한 뮤지컬이 제작자들의 우선적 관심을 끌고 있다.
/런던 =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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