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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여사의 TV보기] 월드컵 1주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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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여사의 TV보기] 월드컵 1주년 방송

입력
200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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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은 현충일과 한국전쟁 등 아픔의 역사가 있는 달로 국민들에게 각인돼 있다. 그러나 지난해 이후 6월은 월드컵을 기억하게 하는 달이다.월드컵 1주년을 맞아 방송에서는 월드컵 관련 프로그램들을 특집으로 내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방송된 프로그램들은 지난해 월드컵 경기를 다시 보여 주거나 경기를 회고해 보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MBC는 낮 시간대에 한국전은 물론 월드컵 개막전,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 등 월드컵 경기 장면을 그대로 내보내고 있고, 다른 방송사도 '특집' '스페셜'이란 이름을 달고 과거 방송한 내용을 재방하고 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이경규가 간다' 코너의 경우 지난해 월드컵 특집 장면을 거의 편집 없이 내보내 빈축을 샀다.

여러 번 보았고 한참 지난 경기이기는 하지만 태극 전사들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을 볼 때마다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 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의 감동은 비단 경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경기를 응원하며 보여 주었던 국민들의 하나 된 모습, 상대를 먼저 생각하는 너그러운 마음, 철저한 질서 의식 등 아름다웠던 국민들의 모습은 우리 자신들 뿐만 아니라 세계인들도 놀라게 했다. 월드컵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에서도 연일 이러한 국민들의 모습을 칭송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아름다웠던 국민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갈수록 악화하고 있는 경제 때문인지 우리의 모습은 과거로 되돌아 가 있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얼굴은 온데 간데 없고 화난 표정만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이 때 방송에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감동을 반추해 보고자 지난 경기를 재방송하는 것으로 월드컵 1주년을 기념하면 되는 것일까? 멀리 있는 히딩크를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스타 선수의 발전된 모습을 취재하는 것으로 만족하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그때의 감동을 되살려 우리 국민을 하나 된 아름다운 모습으로 회복시키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내보내는 것이야말로 4강 신화를 이룩한 월드컵 1주년을 맞는 방송의 건강한 자세일 것이다.

요즘 끝장내기 토론이 화제다. 끝장나지도 않을 답답한 주제로 밤새워 말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작년에 보여 주었던 우리 국민들의 하나 된 모습을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밤을 새워 가며 이야기하는 것은 어떨까? 작년의 환희를 생각하며 시청 앞에 모여 '대∼한민국'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칠 수 있는 즐거운 이벤트를 기획하면 어떨까?

아픈 역사가 있는 6월에서 감동과 기쁨이 있는 6월로 바뀐 오늘, 국민들에게 다시 붉은 악마가 되어 '하면 된다. 꿈은 이루어진다' 라는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게 하는 것이야말로 월드컵 1주년을 맞는 방송의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맹숙영 방송모니터

(www.goodmonitor.p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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