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방일 마지막 날인 9일 기자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착잡한 심경을 여러 번 토로했다. 그는 "3박4일 일정이 무척 힘들었는데 방일을 마무리하면서 아침에 착잡한 마음이 들었다"며 "과거사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은 확고하게 성취할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만 아무래도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적당히 넘어갈까 하는 것 보다는 국내 여론이 더 무서웠다", "정치인이어서 여론이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 처지"라는 등의 말로 난처함을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다만 "국내 여론을 보고 국제 관계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면서 "얻어 맞더라도 이 방향으로 가야지 하고 생각했다"고 소신을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방일 성과를 정리해 달라.
"꿈보다 해몽이 중요하니 해몽을 잘해달라. 동북아 새 질서를 강력히 언급하고 싶었다. 과거사에 대해선 좋은 일을 성사시키기 위해 감정을 상하게 하는 것은 피했다.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는 말이 있다."
― 노 대통령은 대화를, 고이즈미 총리는 압력을 강조했다.
"고이즈미 총리 생각은 평화적 해결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일본 여론이 강경한 쪽이고 모든 카드를 다 보여주는 것은 안 되므로 조심스러워 하는 것 같다. 미일 공동성명도 있고 해서 중간을 취하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 회담후 양 정상의 표정이 이상했다. '화났다'는 얘기도 나왔는데 무슨 일 있었나.
"없었다. 기분이 좋았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봤더니 어떠냐'고 묻고 그분은 대답하고, 일본인 납치 문제를 묻고 답변하니까 당연히 심각하다."
― 동북아 시대라는 비전 제시에 대해 일본측의 메아리가 없는 것 같다.
"이 구상을 말한 지 6∼7년이 넘었다. 당시 북방경제라며 제안했지만 그때도 별로 호응은 없었다. 시간이 걸리며 일본은 우리와 달라 덜 절실할 것이다."
― 일본 정계 지도자 등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성의 있는 조치를 한다면 무엇인가.
"나는 '미래지향'이라고 했다. 일본이 경제력과 자위대 등 군사력에 걸맞은 역할을 주장하기 위해선 세계 각국, 국민, 인류로부터 지지 받아야 한다."
/도쿄=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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