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상배(李相培) 정책위의장이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방일 외교를 '등신외교'라고 비난한데 대해 청와대와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 한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둘러싼 정치권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이로 인해 이날 열린 국회 통일·외교·안보분야 대정부질문의 오후 일정이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중단되는 등 파행사태를 빚었다.
민주당은 또 긴급 의원간담회를 열어 이상배 의장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한편 한나라당 박희태(朴熺太) 대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 이 의장 당직해임 등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국회에 불참키로 했다. ★관련기사 A3·4면
청와대도 이날 "이 의장의 망언은 국가원수와 국민에게 있을 수 없는 모욕"이라며 한나라당의 사과를 요구했다. 이해성(李海成) 청와대 홍보수석은 "초당외교라는 새 정치의 기본전제를 무시한 한나라당에 강력한 수준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조영동(趙永東) 국정홍보처장은 정부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의 비판발언은 상식을 벗어난 국가원수 모독으로 정부는 심히 유감을 표시한다"며 "한나라당의 입장표명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번 방일외교는 외교사의 치욕이자, '등신외교'의 표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이 의장은 기자들이 "등신외교라는 표현이 맞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거듭 확인한 뒤 "노 대통령이 국빈대우를 받은 것을 빼곤 이번 방일의 목적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의장은 파문이 일자 개인 성명을 내고 "경천동지할 일이라도 발생한 양 망언 운운하며 사과를 요구한 것은 과민반응이며 그 자체가 망동"이라고 반박한 뒤 "(그러나) 오해가 있었다면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이날 저녁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총무와 회담을 갖고 당의 요구를 전달했으나, 이 총무가 "당의 유감표명으로 충분하다"며 거부해 국회 파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