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사위가 걱정입니다. 홀어머니 밑에서 외아들로 귀하게 자라 지금도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사위는 투자금융 분석가를 거쳐 현재는 잠시 한직에 있습니다. 사위는 술을 하루 걸러 많이 마시고 툭하면 결근하는 바람에 업계에서 직장을 두번이나 옮겼습니다. 평소 얌전한 사위지만 취하면 딸에게 폭력을 쓰기도 하며 건강도 나빠지더니 드디어 엊그제는 딸이 골프채로 머리를 맞았습니다. 안사돈이나 제 딸은 줄곧 사위를 감싸고 돌았습니다만 이제는 지쳐있습니다. 알코올중독이 걱정되는데, 만일 그렇다면 원인은 무엇이고 어떻게 치료하지요?/서울 포이동 정씨
남들이 부러워하는 증권분석가였던 사위가 술과 폭력에 찌들게 되어 얼마나 가슴 아프시고 화가 나시겠습니까? 따님이 크게 다치지 않았기를 기원합니다. 사위는 알코올중독으로 생각됩니다. 진단기준은 여러 가지를 엄밀하게 고려해야 하나 통상적으로 술 때문에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이 지장을 받으면 그렇다고 진단합니다. 사위의 폭력이 도를 넘었고 직장에서도 한직으로 밀렸으니 그러합니다.
중독원인은 집안내력이라는 유전설, 두주불사의 영웅호걸을 모방하는 그릇된 남성문화에서 온다는 문화설이 있습니다만 잘 보면 어려서 어머니의 과잉보호와 극진한 사랑을 받아 이를 못잊는 귀염둥이 아들에 많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엄마 젖을 실컷 빨아먹은 후 가슴에 파묻혀 새근새근 잠잘 때의 그 편안하고 충만한 심정이 알코올중독자가 술에서 찾는 심정이라는 것이 정신분석가들의 견해입니다. 젖 대신 술잔을 빤다는 것이지요.
학술용어로는 '구강기 고착'이라 합니다. 그래서 중독자를 보면 늙은 어머니가 아직도 건재해 아들이 술 마시고 호기를 부리는 것을 은근히 부추기는 수가 많고, 아니면 어머니 대신 이제 아내가 남편을 아이처럼 감싸고 보호해주는 가정에 많습니다.
알코올중독 치료는 일단 신경정신과 입원으로 시작해야지 통원치료만으로는 실패합니다. 장기입원이어야 더욱 확실한데, 이는 강제로 단주해서 심신이 일시적으로 좋아진 환자가 꾀를 부려 모범환자 흉내를 낸 뒤 퇴원을 요구해 일찍 밖에 나가서는 다시 술독으로 들어가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진심으로 '나는 중독자'임을 뉘우친 연후에야 환자는 원인을 자신 속에서 찾아 고쳐보려고 심리치료를 받아들이지요.
그리고 술 마시면 혼나는 금주약제를 퇴원 전에 시작하여야 합니다. 퇴원 후에도 장기간 통원해서 집단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아야 재발이 적습니다. 어머니나 아내도 곁다리 심리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의사 가운데도 중독치료전문가를 찾는 것이 좋습니다.
/서울의대 신경정신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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