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일 '뜨는' 노래는 단연 러브홀릭(Loveholic)이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아 지독한 병이지 오늘도 어제도 너무 아프기만 해'라고 사랑의 열병에 대해 직설적으로 노래하는 러브홀릭은 흡착력 강한 여성 보컬의 목소리에 담겨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하고 있다.노래를 부르는 이들은 타이틀곡과 같은 이름의 모던록 밴드 러브홀릭. 홍대 앞을 무대로 성장한 다른 그룹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좋아 좋아' '인형의 꿈' 등으로 사랑 받았던 남성 듀오 일기예보 출신의 강현민과 박혜경의 '빨간운동화' 박기영의 '정원' 등을 작곡하기도 한 그룹 코끼리 출신의 인기 작곡가 이재학, 홍대 앞에서 "김윤아 이후 최고의 여성 보컬"이라는 찬사를 들어 왔던 보컬 지선이 모여 만든 그룹. 가요적 감성이 모던록의 세련된 멜로디와 창법에 합쳐져 조금은 낯선 느낌의 독특한 매력을 만들어 낸다.
사랑은 불치병! 사랑노래가 뭐 어때서요?
알쏭달쏭 알듯 말듯한 지극히 사적인 가사의 노래를 세상 일에 아무 관심 없는 태도로 무심하게 불러대던 모던록 밴드와 달리 러브홀릭의 노래는 대부분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사랑을 '몹쓸 병' '불치병'이라고 원망(러브홀릭)하고 '힘들게 이별을 말했던 날 하늘도 나의 맘을 위로해 끝도 없이 울어준 그날'(Rainy Day)이라고 비오는 날의 이별 장면을 떠올리고 '잘가 잘가 내 남은 맘 모두로 너 갈 길을 비출게'(너의 앞길에 햇살만 가득하길)라고 떠나는 연인의 앞날의 행복을 빌어주는 식이다. 다른 사랑 노래와 다른 점은 직설적이고 포장하지 않은 듯 신선한 느낌이라는 것.
"왜 가요는 다 사랑 노래밖에 없냐고 하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데 음악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감정이 사랑이에요"(강현민)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러브홀릭이라는 그룹 이름도 독특하다. "영어를 공부한 사람들은 'love'에 'holic'을 붙이는 게 틀린 문법이라고 하던데 한 사람에게 미친 듯이 중독되는 사랑의 성격은 홀릭이라는 말에 어울리는 것 같지 않아요?"
노래가 서커스인가요? 편한 노래가 좋아요
무엇보다 중요한 러브홀릭의 매력 포인트는 보컬 지선의 목소리. "인형처럼 예쁜 건 아니지만 지선이의 목소리에는 카리스마가 넘쳐 그룹의 홍일점으로 손색이 없죠"라는 다른 두 멤버의 설명은 정답. 지선의 목소리는 매력적이다. '러브홀릭'에서는 슬픈 내용을 경쾌하게, 'Rainy Day'에선 축축하게, '슬픈 영화' '녹슨 열쇠'에서는 한 없이 슬프게, 또 '놀러와'에서는 한 없이 경쾌한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의 목소리는 힘이 느껴지는 확 내지르는 시원함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막 내지르며 가창력만 뽐내는 가수들은 별로예요. 마치 서커스 하는 것처럼 마음껏 기교를 뽐내는 모습에서는 '우와 노래 잘한다'는 놀라움 말고는 아무런 감동을 느낄 수 없는 것 같거든요"(지선)
셋 다 공력은 남 못지 않지만 무대에만 서면 '새 가슴'이 되는 소심한 스타일. 때문에 아직 TV 출연 무대에서는 자신들의 진면목을 맘껏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사랑에 대한 열병으로 몰아 넣을 때까지 노래하기"가 러브홀릭의 목표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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