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봉-92호가 일본의 니가타(新瀉) 입항을 포기한 것은 미국과 보조를 맞춘 일본의 대북압박이 현실로 나타났음을 말해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는 지난 달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불법활동을 보다 적극적으로 단속할 것"이라 약속했고, 일본 정부는 만경봉호가 입항하면 경찰 세관 출입국관리소 직원 등 100여명을 동원해 대대적인 선상검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일본의 우익단체는 기다렸다는 듯이 니가타에 모여 입항 반대시위를 가졌고, 대북 강경파인 아베 신조(安倍晉三) 관방 부장관은 "(만경봉호에 대한) 안전감시를 실행하면 쉽게 결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납치자 문제 등으로 인해 확산된 일본의 대북 혐오증과 유사법제 통과와 개헌논의 공론화가 말해주는 보수 우경화 경향도 일조를 했다.
북한은 남승우 총련 부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미사일 부품밀수 등 망경봉호를 둘러싼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한 뒤 "입항을 저지하기 위해 악질적인 반공화국 캠페인과 방해 행위가 벌어져 만경봉호의 정상적인 운행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고 비난했다.
만경봉-92호는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북한의 미녀응원단을 태우고 부산 다대포항에 머물러 우리와도 친숙해졌다. 지난해에는 일본을 21번 오갔고 올해는 5개월 만에 운항을 재개, 10월까지 10여 차례 운항할 계획이었다.
북한은 주변 정세가 극히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이 취할 다음 조치는 북한의 주요한 외화 유입 루트인 총련의 대북송금 차단일 공산이 크다. 북한은 자신을 조여 오는 국제사회의 전방위 포위망을 벗어나는 길은 핵 카드를 포기하고 대화에 나서는 것 뿐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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