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나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주연 남녀 배우의 스캔들이 터지면 제작자들은 당황해 수습하느라 동분서주했다.그러나 최근 연예인들은 자신의 스캔들을 영화나 드라마의 마케팅 요소로활용하거나 이미지 ‘세탁’에 이용하는 대담한 수법을 구사하고 있다. 스캔들에 시달리던 여성 탤런트 A씨는 몇 달 후 ‘순애보’ 식의 새로운 스캔들로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주변에서는 “여자가 남자를 이용해, 이미지를 ‘업’ 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왔지만, 스포츠신문과 방송은 ‘얘기되는’ 연애 얘기로 한 동안 독자와 시청자의 눈길을 잡았다. 그리고 몇 달이 흐른 후 두사람은 “친한 선후배”라는 틀에 박힌 ‘이별사(離別辭)’를 공개하고 헤어졌다. 놀라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가수 B씨. 2월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나도 오랜만에 방송에 출연하는데스캔들 한 번 나보자. 요즘 누가 괜찮냐?”고 물었다. “아, 누구 예뻤는데”라며 인터넷을 뒤지더니 탤런트 C씨를 찍었다. 이어 ‘B씨의 이상형은C씨’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여배우 D씨를 아는 사람들은 그가 요즘 누구와 뜨거운 사이인지 알고 있지만 개봉을 앞두고 상대 배우와의 사이가 이상하다는 기사가 터져 나왔다. 잘 짜인 각본 냄새가 난다.요즘 연예인들의 스캔들은 ‘연출’ 냄새가 짙다. 신문과 방송에 잇따라스캔들이 보도되면 당연히 눈길을 끌고, 그래서 드라마 시청률이 오르고,영화 흥행이 잘되면 몸값이 올라간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스캔들 한 번으로 연예계 생명이 끝나던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이 과정에서 시청자와 관객만 바보가 된다.누굴 나무랄 것도 없다. 자기 삶과는 아무 상관 없는 연예인 스캔들 얘기에 목숨 걸 듯 덤벼들고, 환호해 온 일부 시청자와 관객은 짜고 치는 고스톱 판에서 이미 ‘밥’이 되기로 작심한 셈이다. 온 국민이 스캔들만 터지만 주인공 알아 맞히기 퀴즈에 도전하기라도 하는 모양새다. 설마 이 기사를 보고도 A B C D가 누구냐고 묻는 것은 아닐지.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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