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방일을 둘러싸고 극단적인 평가들이 난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일본의 유사법제 제정을 지나치게 옹호한 것이나, 한나라당의 이상배정책위의장이 노 대통령의 방일성과를 '등신외교'라는 극한표현으로 비난한 것이 모두 도를 넘어섰다.김 총재가 노 대통령의 방일외교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하나의 견해로 있을 수 있다 하겠다. 그러나 고민의 흔적이 전혀 없이 유사법제를 당연시하고 이를 일본의 주권논리로만 받아들이는 자세는 한국의 정치지도자로서 정체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일본의 유사법제에 대해서는 비단 우리만이 아니라 아시아 각국이 비상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상이다. 일본의 향후 군사행동의 가능성과 범위를 주시하고 있는 데에는 굳이 부연할 필요도 없는 이유가 있다.
노 대통령이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를 적극 거론하지 않은 것이 이런 문제들을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반면 김 총재는 국민들을 상대로 마냥 일본을 두둔하고 나섰다. 정상적인 한일관계 정립을 위해서는 양국 모두 이성적 접근이 절대적이라는 점에서 김 총재의 이런 처사는 양국장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맥락으로 한나라당측이 노 대통령의 방일외교를 다분히 감정적으로 폄하한 것도 지나치다. 정부의 외교행위에 대해 정치권이 비판과 조언을 가하는 것은 국익차원에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도 서로 지켜야 할 금도는 있어야 한다. 밉든 곱든 대통령은 국가원수다. 국가원수의 자격으로 편 정상외교는 합리적 논리적으로 평가해야 할 것이다. 아무리 야당이더라도 비판은 비판으로서의 품격을 지켜야만 설득력을 갖는다. 시정에서나 나올 정도의 말을 정치권의 지도급 인사가 마구 뱉는다면 국민들은 이래저래 조마조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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