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낮 12시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후문. '서울대 시간강사의 외로운 죽음 앞에 깊이 자성하며'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1인 시위에 나선 학술단체협의회 상임대표 조희연(47·사진) 성공회대 교수의 얼굴은 착잡하기 그지 없었다."최근 생을 스스로 마감한 그 시간강사는 대학내 수탈구조의 희생양이며 그들에게 무관심했던 우리 교수들도 공범입니다. 반성하는 뜻에서 교수들이 앞장서 시간강사 처우 개선을 요구하기로 했습니다."
추모와 자성의 의미로 검은 양복에 검은 셔츠를 입은 조 교수는 '보따리 장사'로 불리는 시간강사의 처절한 처우를 설명하며 자주 목이 메곤 했다. "한 달 강사료 30만원을 벌기 위해 이 학교 저 학교를 방황하고, 그 흔한 신분증 하나가 없어 직장의료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바로 시간강사들입니다."
조 교수는 80년대 한국 자본주의 성격과 변혁론에 관한 '사회구성체 논쟁'을 주도하고 참여연대 창립멤버로 시민운동의 틀을 확립한 스타 학자. 그러나 조 교수 역시 한때 시간강사의 설움을 톡톡히 경험했다. "1983년 연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90년 성공회대 교수로 임용되기 전까지 8년 동안 전국 대학을 떠돌았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자책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그는 "막상 교수가 되고 나니 모두 잊어먹게 되더라"며 "교수 월급 적다고 항변은 하지만 시간강사 처지는 제대로 살피지도 않았다"고 미안해 했다.
일부 뜻있는 교수들이 최근 들어 정부와 대학에 시간강사 관련 대책을 요구했지만 메아리가 없는 상황. 교육부총리 면담 요청에도 가타부타 대답이 없다. 조 교수는 "박사 학위 소지자를 특별 중등교사로 임용하고, 정책융자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전임교원 확보 비율을 높이고 시간강사에게 교원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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