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주요 영화사들이 옛날 영화를 잇달아 리메이크하고 있다. 5월23일 개봉한 '사돈'(The In-Laws)과 30일 개봉한 '이탈리안 잡'(The Italian Job·사진)도 모두 리메이크 영화들이다.'사돈'은 컬트 영화가 된 1979년 작의 리메이크로 약간 정신 나간 CIA요원(피터 포크)이 치과 의사인 사돈(앨런 아킨)을 첩보전에 끌어들이는 코미디. 마크 월버그가 주연하는 '이탈리안 잡'은 69년 마이클 케인이 나온 동명 영국 영화의 리메이크로 밉지 않은 도둑들이 훔친 금괴를 나르기 위해 사상 최대의 교통혼잡을 일으킨다는 '하이스트'(강탈) 영화다. 1억 달러를 투입해 제작중인 '80일간의 세계일주'(Around the World in 80 Days)는 데이빗 니븐이 나왔던 동명 오스카 수상작(1956)의 리메이크다.
할리우드의 창작력 부재와 모험하지 않고 손 쉽게 돈을 벌자는 것이 리메이크 양산의 이유다. 요즘 평균 제작비는 5,000만 달러. 흥행실패의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히트영화와 그 아이디어를 재탕하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리메이크 바람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40년대 서부 영화는 대부분 30년대 영화의 리메이크였다. 또 '스타 탄생'(A Star is Born)은 두 번이나 리메이크 됐다. 원작은 프레데릭 마치와 자넷 게이너가 나온 37년 작. 이어 54년에 주디 갈란드와 제임스 메이슨 주연으로, 76년에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 주연으로 다시 만들어 졌다.
지금 할리우드에서 촬영이 진행 중인 리메이크 영화는 6, 7편 정도. 중공군에 의해 세뇌된 한국전 참전 미군을 정치 암살범으로 사용하는 '만추리안 캔디데이트'(The Manchurian Candidate·62)는 덴젤 워싱턴과 메릴 스트립이 주연을 맡았다. 컬트 무비 '산송장의 새벽'(Dawn of the Dead·78), 인피 마스크를 한 살인자의 컬트 영화 '텍사스 체인소 대살육'(The Texas Chainsaw Massacre·74), 로보트 아내들이 나오는 공상과학 스릴러로 니컬 키드먼이 주연인 '스테포드 부인들'(The Stepford Wives·75), 엄격한 부모 슬하의 12 자녀의 가족드라마 '묶음으로 사면 더 싸'(Cheaper by the Dozen·50) 및 비교적 최근작인 청춘 로맨스영화 '풋루스'(Footloose·84)등이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또 조지 클루니와 브래드 피트가 나온 '오션스 일레븐'(Ocean's 11)은 프랭크 시내트라와 딘 마틴 주연작의 리메이크인데 현재 속편 '오션스 트웰브'가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리메이크 영화가 모두 히트한다는 보장은 없다. 쥐떼가 사람 잡는 '윌라드'(Willard)는 71년 히트작을 리메이크했으나 총수입 680만달러에 그쳤고, 로맨틱 스릴러 '샤레이드'(Sharade·1963)의 리메이크 '찰리의 진실'(The Truth about Charlie)도 흥행에서 참패했다. 그런데도 할리웃은 '미이라'(Mummy)와 '닥터 두리틀'(Dr. Dolittle)같은 몇 편의 리메이크 영화가 빅 히트를 기록한 데 고무돼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제작자는 "영화사에 신선한 아이디어를 파는 것보다 리메이크 제작 아이디어를 파는 게 훨씬 쉽다"고 말했다.
/LA 미주본사 편집위원·LA영화비평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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