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 택시기사 살해 사건의 진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년10개월째 복역 중인 최모(19)군이 "경찰이 나를 범인으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사건의 파장을 우려해 재수사에 미온적이어서 은폐의혹마저 일고 있다.경찰 가혹행위 논란 천안소년교도소에 수감 중인 최군은 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00년 8월10일 오토바이를 타고 차 배달을 하고 오다 현장에서 구경했을 뿐인데 익산경찰서에서 목격자 조사를 한다며 2,3차례 부른 뒤 범인으로 몰아 넣었다"고 주장했다. 최군은 "형사들이 경찰서 지하로 데려가 의자 뒤로 수갑을 채운 채 경찰봉 등 둔기로 구타를 했다"면서 "죄가 없다고 말했지만 믿어주지 않아 다방에 있던 흉기를 건네줬을 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흉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혈흔이 나오지 않아 증거물로 채택되지 않았다.
최군의 어머니 김모(41)씨도 "당시 경찰서에 면회를 간 나에게 '진짜 사람을 안죽였다. 믿어달라'고 말했을 뿐만 아니라 밖에서 기다리는 사이 구타소리가 들렸고 아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 있었다"고 증언했다.
누가 범인인가 군산경찰서는 5일 '3년 전 익산 택시기사 진짜 살해범이 활보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김모(22)씨와 임모(22)씨 등 2명을 긴급 체포했다. 김씨와 임씨는 경찰에서 "유흥비가 필요해 택시기사를 살해했다" "범행 직후 김씨가 찾아왔는데 얼굴과 옷에 피가 묻어 있었다"고 자백했다. 그러나 경찰은 7일 범행을 입증할 흉기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풀어줬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범행 직후 거주하던 익산시 부송동 주택 계단 아래에 흉기를 버렸다고 진술했으나 발견하지 못했으며, 지난해 이사 온 50대 주부는 '화단손질을 하다 대추나무 아래에서 흉기를 발견해 버렸다'고 밝혀 물증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당시 사건을 수사한 익산경찰서 이모 반장은 "최군이 범행사실을 시인했으며 구타는 있을 수 없다"며 가혹행위 주장을 부인했다. 또 최군이 교도소에서 담당형사에게 보냈다는 편지를 공개했다. 편지에는 '저는 군대 온 것처럼 생활하고 있어요. 죄를 지었으니까 마땅히 벌을 받아야지요'라고 쓰여있었다.
당시 1심 재판장이었던 A판사는 "최군이 범인이 아니라고 말해 재판이 6개월이나 걸렸으나 경찰과 검찰에서 범행을 자백해 뒤집기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민변 전북지부 박민수(39) 회장은 "진범으로 의심돼 긴급체포된 용의자들을 석방한 것은 이 사건을 유야무야 하려는 의도"라면서 "인권보호차원에서 재심을 청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군산=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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