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송영주 편집위원의 여자는 왜?]<5> 방광염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송영주 편집위원의 여자는 왜?]<5> 방광염

입력
2003.06.10 00:00
0 0

방광염에 걸려본 여자라면 배뇨장애가 얼마나 고통스런 증상인지 잘 안다. 소변을 보고 나서 개운하지 않은 잔뇨감에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던 불쾌한 기억, 밤에 자다가 몇 번이고 잠을 깨 화장실로 가야 했던 일…. 소변이 급해 화장실로 달려가지만, 정작 소변은 몇 방울 밖에 떨어지지 않는다. 소변볼 때 요도가 화끈거리고, 보고 난 후 찌릿하게 아픈 느낌. 나쁜 냄새에 요통, 열과 오한…. 심한 경우 출혈까지 해, 한밤 중에 중년 여자들이 응급실을 찾는 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여자는 남자보다 훨씬 방광염에 잘 걸린다. 울산대의대 서울아산병원 비뇨기과 주명수 교수는 "오줌 소태라고도 일컬어지는 방광염은 여자 일생동안 한 두번은 경험하는 병"이라고 말한다. 홍재엽 마노메디 여성비뇨기과 원장은 "국내 통계는 없으나, 미국 보고에 따르면 20∼40대 여자의 20∼30%가 경험한다"면서 "특히 폐경 초기 여자 10명 가운데 1명이 방광염에 걸릴 정도"라고 말했다.

외국 보고에 따르면 20∼50세 여성의 경우 방광염을 비롯, 전체 비뇨기계 감염이 남자보다 무려 50배나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자와 다른 해부학적 구조

여자가 남자보다 방광염에 잘 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여자의 신체 구조 때문이다. 여자의 요도는 3∼4㎝로 남자에 비해 훨씬 짧다. 항문과 질에는 방광염을 일으키는 대장균이 서식하는데, 요도는 바로 질과 항문에 너무 가깝게 위치해 있어 방광 안으로 장내 세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다. 주교수는 "질이나 항문에 있던 세균이 요도를 거쳐 방광으로 역류하기 쉽다" 면서 "남자의 요도는 항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전립선에서 항균작용을 하는 전립선 액이 분비돼 요도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고 말했다.

방광염의 원인 세균은 대부분 대장균이다. 물론 포도상구균 임질균 매독균 트리코모나스도 종종 방광염의 원인이 된다.

대장균이 방광에 침투해 우리 입 속이 헐 듯 방광벽이 헐게 되는데, 특히 방광은 따뜻하고 촉촉한 환경이라는 점에서, 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것이다. 물론 균이 방광에 들어가더라도 점막(속살)에 붙지 않고 소변에 씻겨 내려가면 방광염이 안 생긴다.

화장실 이용 습관

화장실 이용 습관도 문제다. 홍재엽 원장은 "뒤에서 앞으로 닦는 여성이 많은데, 반드시 항문에서 엉덩이 쪽으로 휴지를 사용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면서 "배뇨 후에도 휴지로 요도를 닦는 여자들이 많은데 요도에 균을 심어주는 것과 비슷한 행동" 이라고 지적했다. 대신 거즈나 손수건으로 살짝 닦아주면 좋다. 항문 주위를 깨끗이 하지 않으면, 대장균이 속옷에 묻을 수도 있다. 속옷에 남아있던 대장균은 운동 등을 하면서, 질 주위로 들어갈 수 있다. 과도한 뒷물도 좋지 않다. 질이나 요도는 어느 정도 산성을 유지해야 정상적으로 균을 제어할 수 있는데, 너무 잦은 세척은 질의 산성도를 떨어뜨리면서 외부로부터 균 침입도 쉽게 하는 것이다. 너무 꽉 끼는 나일론 제품의 속옷은 좋지 않다. 체내 온도를 올리고 습하게 해, 방광염에 걸릴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게 된다.

지나치게 청결한 것도 문제. 여자들 중에는 공중 화장실은 아예 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홍 원장은 "학교에서 귀가할 때까지 소변을 한 번도 보지 않는 여학생들도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 농축된 소변은 균을 자라기 쉽게 할 뿐 아니라, 소변을 참으면 방광이 늘어나 방광 점막이 상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설날이나 추석 연휴 고향 가는 길에 소변을 오래 참았던 여자들에게 방광염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이다.

활발한 성생활도 원인

격렬한 성생활도 방광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성적으로 활발한 30∼40대 여성에게 방광염이 많은 이유이다. 비뇨기계 감염의 재발을 호소하는 여성들 가운데 섹스 후 12∼24시간 내 통증이 시작된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피임법으로 다이아그램을 사용할 경우 질 조직을 자극, 역시 방광염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신혼초 방광염에 걸리는 여자들이 많다. 성행위를 통해 갑자기 요도가 자극을 받게 되고 세균이 항문에서 질을 통해 방광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 방광염(신혼 방광염)이 발생하는 것이다. 주 교수는 "성행위 전에는 깨끗이 씻고 성교 직후에는 배뇨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방광염에 걸렸다면 한 달 정도는 부부관계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부부관계 시 요도를 손상케 하는 자세는 피해야 한다. 남편이 포경수술을 하지 않았다면, 아내가 방광염에 걸릴 확률은 더욱 더 높아진다.

임신과 출산, 폐경

호르몬 변화는 요도근육을 변화시킨다. 임신 중에는 호르몬의 영향으로 커진 자궁이 요관이나 요도를 눌러 방광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임신부의 15%는 자신이 방광염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한 채 방광염에 감염되고 있다. 이대목동병원 윤하나 비뇨기과 교수는 "임신 중 방광염에 걸렸다면, 신우신염으로 발전할 수도 있기 때문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고 말한다. 임신부는 방광염으로 조산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임신부의 산전진단에 소변검사 항목이 꼭 포함되는 이유다.

폐경 이후 여자는 질내 조직이 건조해지고 위축되면서 방광염에 역시 취약해진다. 주 교수는 "폐경 후 여성 호르몬 분비가 떨어지고 질속 분비물도 감소하면서 정상 유산균이 사라지면서 더욱 더 나쁜 균들이 활개 칠 가능성이 높아진다"면서 "요도 내압이 떨어지면 혈관이 위축되면서 평상시 붙어있던 점막들이 떨어져 균이 쉽게 서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폐경 이후 질 점막 위축이 방광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재발이 많은 이유

전문가들은 처음 방광염에 한번 걸렸던 여자의 25∼30%는 1년 반 사이 또다시 감염될 정도로, 재발률이 높다고 말한다. 이규성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반복적으로 방광염이 있을 때 염증이 치료되지 않아 재발되는 것이 아니고 새로운 균에 재감염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보통 방광벽에는 균이 잘 붙지 않도록 점액이 분비되는데, 쉽게 감염되는 환자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점액 분비가 감소된다는 것. 재감염도 많고, 새롭게 감염되기도 한다. 또 하나 우리나라 여자만의 특징은 약국 등에서 항생제 남용으로 세균 종류를 알아보기 위해 실시하는 요배양검사는 의미가 없다는 것. 주 교수는 " 비뇨기과 외래를 찾는 많은 수의 여자들은 이미 항생제 등을 복용하고 오기 때문에 정확한 원인균을 찾아내기 위한 요검사나 요배양검사가 허사가 되는 일이 많다" 고 말했다. 그래서 요검사를 생략하는 의사들도 많다.

그러나 항균제를 투여 받았거나 치료 중인데도 불구하고 방광염 증상이 7일 이상 지속되거나, 당뇨병을 갖고 있을 경우, 임신 중일 때는 항생제 투여 전에 반드시 요배양검사를 실시해야 한다. 일단 항균제나 항생제 복용을 시작했다면 의사의 처방을 잘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적어도 3일에서 1주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증상이 좋아졌다고 금방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재발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항생제를 복용하면 요배양검사를 해도 세균이 검출되지 않는다. 성생활만 하면 방광염이 재발하는 여자들을 위해 의사들은 예방적 목적으로 항생제를 복용하게 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한 간질성 방광염

방광염은 다행히 치료가 쉽지만, 방광의 섬유화가 일어나는 간질성 방광염은 치료가 어렵다. 간질성 방광염이란 방광 점막과 근육 사이의 간질 세포에 염증이 생기는 경우. 방광 용적이 감소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소변을 자주 보고, 밤에도 잘 수 없어 불면증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주로 중년여자들에게 발생한다. 주 교수는 "면역계통 이상이나 방광의 소변이 방광 벽을 통해 밖으로 유출되면서 신경이나 근육에 염증을 일으키는 경우" 라면서 "진단은 쉬우나 아직 이렇다 할 원인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어 치료가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전기자극기를 체내에 삽입하는 치료법이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

/yjs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