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9일 한나라당 이상배 정책위의장의 '등신외교' 발언이 알려지자 발칵 뒤집어져 강경대응에 나섰다. 문희상 비서실장은 발언 내용을 들은 직후 유인태 정무수석 등과 회의를 갖고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항의조치'를 지시했고 정대철 민주당 대표에게도 연락해 당 차원의 대응을 요청했다.또 조영동 국정홍보처장도 이례적으로 정부 대변인 명의의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의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청와대의 주도로 모처럼 '청와대―민주당―정부'가 여권공조를 이루어 신속하게 한나라당에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특히 "대통령이 일본 국회에서 연설을 하는 등 정상외교를 벌이는 와중에 망언이 나온 것은 상식을 넘어선 행위"라고 분개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부터 격분한 문 실장의 지시에 따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해성 홍보수석이 NSC, 정무수석실, 국정상황실 관계자 등과 회의를 통해 대응방안을 마련했고, 청와대의 사과요구 발표 내용 등을 조영동 국정홍보처장에게도 알리도록 했다. 조 처장도 이날 오후 이 수석의 발표와 거의 흡사한 보도자료를 내며 "정부는 국가원수와 국민을 모독한 한나라당의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날 오후 기자실에 와 이 의장의 발언을 '망언'으로 규정한 뒤 "강력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주 강력한 수준에서의 사과를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며 거듭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 수석은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볼 때 이런 식의 망언은 나올 수도 없거니와 나온 적도 없다"고 말할 때는 화를 참지 못해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이 수석은 "한나라당이 거대 야당으로서의 품위를 지켜 사과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같은 청와대의 신속한 강경대응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울고 싶던 청와대'의 뺨을 때려준 격"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청와대가 방일외교 성과에 대한 비판적 여론 때문에 곤혹스럽고, 분위기도 가라앉아 있던 차에 한나라당이 자충수를 두자 여론의 반전을 의식, 정부 여당까지 동원해 약간 오버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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