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주류가 9일 당사가 아닌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당무회의를 열어 신당추진안을 변칙 상정한 것을 놓고 날치기 논란이 일고 있다. 구주류측은 10일 임시전당대회 소집준비위를 구성하겠다고 맞대응, 분당위기도 고조되고 있다.신·구주류는 이날 당무회의 개회와 함께 회의장소의 변경 문제를 놓고 설전을 시작했다. 신주류측은 "오전 10시로 예정된 국회 본회의 때문에 장소를 변경했다"고 해명했지만 구주류측은 "신당추진안을 날치기하기 위해 회의 하루 전에 급히 장소를 바꿨다"고 원천무효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구주류측과 가까운 김성순 의원이 먼저 예결위원장석에 앉아있던 정대철 대표를 겨냥, "왜 당내 회의를 예결위 회의장에서 하고 당 대표가 예결위원장 자리에 앉아 있느냐"며 "당으로 가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신주류의 이상수 사무총장은 "국회 대정부질문이 있는데다 당에서 민생문제를 챙기지 않는다는 여론의 눈총도 있어 편의상 이곳으로 정했다"고 둘러댔다.
그러자 구주류측의 이협 최고의원이 "편의도 좋지만 정치에 기본 예의가 있어야 한다"고 신주류측을 몰아붙였다. 장성원 의원도 "당으로 옮겨 회의를 하자는 주장을 무시하고, 변칙적으로 의사를 진행하는 것은 폭거"라고 거들었다.
이에 정 대표는 "장 의원이 의원 생활을 얼마 안해서 그런지 몰라도 국회 146호실, 예결위 회의장에서도 당무회의를 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반박했다. 신주류측 김희선 의원도 "이 자리가 어때서 그러느냐"고 정 대표를 엄호했다. 그러자 구주류 의원 사이에선 "대표, 자리에서 내려가라"는 등의 고함이 터져나왔고, 신주류측에선 "자리에 계속 앉아 있으라"는 맞고함이 쏟아졌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자 정 대표는 오전 9시6분께 "이제 신당안과 전당대회안을 상정하겠다"면서 기습적으로 두 안건을 상정했다.
그러자 구주류측 김충조 의원이 "1969년 3선 개헌을 날치기 처리하면서 장소를 바꿨는데 그때 언론이 '환장(換場)처리'라고 했던 기억이 되살아나는 것 같다"고 공격했지만 정 대표는 "상정됐다"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이에 구주류측의 김경천 의원이 발끈, "신주류측이 이곳을 회의 장소로 택한 이유가 모두 날치기 통과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노무현 대통령은 왜 신당에 관심을 보여 당을 이렇게 흔드느냐"고 노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상천 최고위원 등 구주류 의원 20여명은 이날 오후 정통모임을 갖고 신주류가 당무회의에서 표결을 강행할 경우 회의를 원천 봉쇄하는 한편 전당대회를 통해 원천무효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주류측은 이번 주내에 당무회의를 다시 열어 표결처리하는 것도 검토한다는 방침이어서 물리적 충돌마저 예상된다.
한편 회의장을 제공한 국회 사무처측은 "민주당이 급히 의원회의를 하겠다고 해서 예결위 문을 열었던 것"이라며 "당무회의 용도였다면 개방하지 않았을 것이며 예결위에서 당무회의를 연 전례도 없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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