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청와대에서 조흥은행 매각 관련 노사정 토론회가 열린 이후 조흥은행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고 있다.지난 주부터 예금보험공사와 신한금융지주회사간 협상이 본격화한 데 이어 9일에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심사소위원회가 전격적으로 개최돼 조만간 가시적인 협상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흥은행 노동조합은 이날 공자위 매각소위 회의장에 난입한 데 이어 전직원들에게 언제라도 즉시 파업에 돌입할 수 있도록 '파업 비상대기체제'를 명령하는 등 본격적인 투쟁 준비에 들어갔다.
9일 재정경제부와 예보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7시30분 예보에서 비밀리에 공자위 매각소위를 열고 조흥은행 재실사기관인 신한회계법인으로부터 실사 과정 및 결과를 보고 받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구체적인 협상경과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회의가 끝날 무렵 조흥은행 노조 간부들이 들이닥쳐 "정부는 약속을 지키라," "왜 회의를 비밀리에 하느냐"고 항의하는 바람에 30여분간 고성이 오가는 등 회의가 제대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예보 관계자는 "매각 소위 개최에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지만, 늦어도 이 달 내에는 협상을 마무리 짓는다는 방침아래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며 "협상이 끝나면 매각소위를 거치지 않고 공자위 전체회의에 올려 승인을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예보와 신한지주는 주당 인수 가격을 일정수준(당초 제시한 6,150원 안팎)으로 유지하되 사후 손실 보전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놓고 협의 중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자위 김경호 사무국장은 "주당 가격이 6,150원보다 더 높을 수도 있고, 아니면 손실보전을 덜 해주고 가격을 낮출 수도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예보가 서울은행 매각 당시 전혀 인정하지 않았던 사후 손실보장을 고려하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정부의 입장이 한층 유연해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연초 매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이후 카드부실 확대 등으로 조흥은행 가치가 더 떨어졌다는 데 대해 양측이 이견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협상의 조기타결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재정경제부도 매각에 따르는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흥은행 노조와 대화 창구를 열어두고 설득에 나섰다.
금융계 관계자는 "청와대 회의를 계기로 매각의 전권을 넘겨받은 정부가 '대통령 눈치보기'에서 벗어나 조기 매각을 위해 적극 뛰고 있어 머지않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