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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호 PD 4계절 연작 3탄 여름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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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호 PD 4계절 연작 3탄 여름향기

입력
2003.06.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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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보면 가슴이 뛰어요. 당신은 나를 보면 가슴이 뛰지 않나요?"인연을 만나는 순간, 가슴은 '툭' 하고 저 발 아래 지구 중심을 향해 한 없이 떨어진다. 사랑은 단순한 호르몬 작용일 뿐 운명적 사랑이란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고, 시간이 지나면 사랑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시시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다음달 7일부터 방송되는 KBS드라마 '여름향기'(연출 윤석호 극본 최호연)는 가슴으로 느끼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를 하고 있다.

사랑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요

'가을동화' '겨울연가'에 이은 윤석호 PD의 4계절 연작 드라마 중 세 번째 작품으로 오래 전부터 관심을 받아 온 '여름향기'가 4일 첫 촬영에 들어갔다. 전북 무주 무주리조트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만난 두 주인공 송승헌(27)과 손예진(21)의 얼굴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슴이 철렁하는 감정을 어떻게 표현할까"에 대한 고민이 떠나지 않고 있었다.

"가슴에 담은 사랑 이야기"라는 윤PD의 소개처럼 '여름향기'는 가슴으로 사랑을 느끼고 기억하는 남녀의 운명적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야기는 심장이식 수술로 다른 사람의 가슴을 안고 사는 혜원(손예진)이 그 심장의 주인이 사랑했던 남자 민우(송승헌)를 만나면서 시작된다. 민우를 먼저 알아보는 것은 혜원의 몸 속에서 옛사랑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은 채 살아 숨쉬고 있는 심장. 민우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그를 알아보고는 이상스럽게 콩닥거리는 가슴을 붙들고 혜원은 말한다. "너 고장났니?"

"만화에서처럼 눈이 '띠용∼ 띠용∼' 나오게 할 수도, 느닷없이 볼이 빨개지게 할 수도 없어 그 감정을 어떤 표정으로 나타내야 하는 건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라는 손예진의 걱정에 송승헌은 "한 번쯤 운명 같은 사랑을 해 봤으면 연기하기 편했을 텐데 감이 안 오네요"라고 짧은 연애경력을 탓한다. 드라마가 끝날 무렵 두 사람은 알게 될지도 모른다. "사랑은 정말 심장에서부터 느끼는 걸까?"

착한 눈빛의 송승헌, 천상 여자 손예진

송승헌의 캐스팅 소식에 "또 송승헌이냐"는 사람도 많았다. 그의 팬들조차 "송승헌은 영원히 '가을동화'의 준서로 남게 해 달라"고 했다. "쉽게 잊혀지는 드라마보다 영화에 집중하겠다"고 작정하고 영화 '빙우' 촬영에만 정신을 집중한 송승헌이지만 윤석호 PD의 부름에는 선선히 따라 나섰다. 어떤 역인지도 모르는 상태였지만 다른 건 생각하지도 않고 "'여름향기'라면 무조건 하겠다"는 마음에서였다. "왜 또 송승헌인가"에 대해 윤PD는 "순수한 영혼을 지닌 주인공 역을 할 만한, 송승헌만큼 착한 눈빛을 지닌 다른 배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의 착한 눈빛에 대해 손예진도 한 마디 거든다. "승헌 오빠와 처음 연기하는 거라 어색해요. 하지만 예쁜 눈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사랑의 감정이 쉽게 나올 것 같아요."

영화 '연애소설', '클래식' 등을 통해 청순가련형의 대명사로 떠오른 손예진은 "이번 배역은 지금까지의 어떤 역보다 더 청순한 역"이라고 소개했다. 드라마 속의 직업도 꽃을 다루는 플로리스트. 부드러운 얼굴선의 그가 하늘거리는 치마를 입고 꽃을 만지는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준 어떤 모습보다 청순해 보일 게 분명하다. 윤석호 PD는 "손예진은 천상 여자라는 느낌이다. 맑고 깨끗하다. 영화를 통해 여성스러운 이미지가 이미 잘 다듬어져 있어 더 준비할 게 없다"고 말했다. 손예진은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열정적 계절에 푸르고 싱그러운 느낌의 사랑을 그려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여름, 휴식 같은 사랑

전작에서처럼 '여름향기'에도 사랑을 그려내는 아기자기한 소재가 드라마 구석구석에 놓여 있다. '가을동화'에서 노랑색, '겨울연가'에서 흰색이 주 색채였다면 '여름향기'는 녹색을 주조로 싱그럽고 휴식 같은 사랑을 그려낸다. '로망스', '하얀 연인들' 등에 이어 '여름향기'는 편안한 느낌을 주는 뉴에이지와 클래식 음악을 배경으로 할 예정이다.

사랑을 부르는 중요한 배경으로 등장하는 소재는 여우비. 햇볕 쨍한 날 느닷없이 내렸다가 금새 그쳐 버리는 여우비는 젊은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아름다운 찰나와 겹쳐진다. 극 중 민우는 여우비가 내리는 날 첫사랑을 만난다. 비를 피해 등나무 벤치 아래 들어온 두 사람은 '호랑이가 장가 가나 보네요' '여우가 시집가나 봐요'라는 말을 주고 받으며 사랑을 싹 틔운다. 세월이 흘러 죽은 옛사랑의 심장을 안은 혜원을 만나는 날 또 한번 여우비가 내리고 또 다른 사랑에 빠져든다.

강원 평창과 남이섬을 관광명소로 만든 전작에 이어 '여름향기'는 무주리조트, 보성 녹차밭, 고흥반도, 남원, 허브농장 등 아름다운 전라도의 모습을 담아 낼 예정이다. 전라남북도는 '여름향기'의 무대로 등장하기 위해 도내 명소의 자료를 미리 제출하는 등 적극적 로비를 펴기도 했다. 애초에 고은님 작가가 쓴 이탈리아 배경의 작품을 차기작으로 생각하기도 했지만 윤PD가 생각을 바꾼 것은 "한국의 아름다운 사계를 담아야겠다"는 생각에서다. 한류 열풍을 의식한 측면도 있다. "외국 사람들이 우리 드라마를 보고 '너희들 참 아름다운 나라에 사는구나'하고 부러워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무주=최지향기자 misty@hk.co.kr

윤석호PD "다음은 봄의 왈츠"

나이 마흔여섯 윤석호 PD에 대해 송승헌은 “동화 속 왕자 같아요. 소년같은 감성을 지닌 분이죠. 순수하고… 왕자처럼 눈도 높아서 아직 장가도못 가셨어요”라고 말한다.

‘여름향기’에서 손예진을 사랑하는 제2의 남자 역을 맡은 류진은 “여름향기를 윤석호 PD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만들면 유치한 만화처럼 재미없어질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제작진은 “윤PD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장가를 가더라도 4계절 연작을 끝낸 뒤에나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숨기지않는다.

삼각관계라는 단순한 소재를 동화처럼 아름다운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직 미혼인 그만의 순수한 감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운명적인 사랑이 있나요”라는 젊은 연기자를 향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툭’하지 않냐”고 되묻는 그는 누구보다도 더 젊어 보인다.드라마 속에서 그림처럼 아름다운 장면을 잡아낼 수 있는 것은 ‘아름다운빛과 색채를 담아 낼 수 있는 곳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그의 연출 스타일 때문이다. 겨우 촬영을 마치고 짐을 싸서 돌아가는 길에도 “아, 빛 좋다. 한번 더 찍자”는 윤PD의 말 한 마디에 주섬주섬 장비를 다시꺼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때 꿈이 가수였다”고 할 만큼 음악을좋아해 드라마 속 음악까지 직접 고르는 꼼꼼한 스타일.

4계절 연작 드라마 중 마지막이 될 ‘봄의 왈츠’는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4계절 연작 봄을 마지막으로 남겨 둔 것은 ‘재생’의 의미를 지닌 봄을 사랑 이야기의 마지막 배경으로 하고 싶은 소망 때문.

“언제 왔는지 모르게 왔다 사라지는 짧은 봄을 그려내는 게 가장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이전 드라마의 무대가 관광객 15만 명 이상을 끌어 들이는 명소가 됐던 만큼 ‘여름향기’의 전라도에 이어 다음 무대가 어디일지에도 벌써 관심이집중되고 있다. “다음은 안 가본 경상도가 될 가능성도 있죠.”

/최지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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