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9일 일본 중의원 연설은 거침없이 원고를 읽어 내리는 식으로 이루어졌고 의원들은 한 소절이 끝날 때마다 박수를 보내며 경청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당초 원고에서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는 대목을 '의혹과 불안이 교차하는 눈으로 지켜 보고 있다'는 발언으로 고치는 등 유사법제 입법에 대한 우려 표시의 강도를 한층 높였다. 또 연설 도중 '과거사 문제를 일본이 풀어야 할 숙제'라는 발언을 즉석에서 추가, 국내의 비판적 여론에 상당히 곤혹스러워 하고 있음을 드러냈다.의원들의 기립 박수 속에 와타누키 다미스케(綿貫民輔) 중의원 의장의 안내로 연단에 오른 노 대통령은 동북아시아 평화·번영의 시대를 위한 협력을 호소하는 마지막 대목에서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의원들은 18차례의 박수로 노 대통령의 연설에 호응했다.
연설이 끝나자 방일 첫 날 유사법제를 표결처리했던 구라다 히로유키(倉田寬之) 참의원 의장이 연단에 올라 "한국의 발전과 대통령 내외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인사말을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단히 미래지향적으로 일한관계에 밝은 전망을 갖고 말씀하셨다. 아주 좋았다"고 답했다.
일본 신문들은 이날 석간에서 노 대통령 연설이 21세기의 동북아시대를 위한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에 중점을 두면서도 일본정치인의 망언과 유사법제에 대한 우려를 지적했다고 보도하고 연설문 요지를 게재했다.
전날 일본 민방 TBS에서 방영한 노 대통령의 일본국민과의 대화 프로그램의 시청률은 빌 클린턴 미 대통령(10%)보다는 낮고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9%) 보다는 조금 높은 9.2%로 조사됐다.
/도쿄=신윤석특파원y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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