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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1> 인구대국에서 경제대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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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1> 인구대국에서 경제대국으로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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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 인구의 인도가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공할 '희망의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외형적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수출산업은 40% 이상이 미국과 중국시장에 의존할 정도로 심각한 '지역 편중'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눈부신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이 점차 수입을 국내에서 자급하는 체제를 갖출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잠재시장 확보가 한국 경제의 사활이 걸린 과제가 되고 있다. 그 유력한 대체시장이 인도다. 이미 세계 소프트웨어산업의 공장으로 자리잡은 인도는 외국인 투자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제2의 중국'으로 불리고 있다. 새로운 가능성의 현장 인도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 사례와 함께 시장 가능성을 진단하는 시리즈를 4회에 걸쳐 매주 월요일 연재한다. /편집자주지난달 26일 도착한 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첫 인상은 발전보다는 정체, 풍요보다는 빈곤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혼돈의 도시였다. 현대식 건물과 첨단 통신기기 선전 입간판 건너편에는 좁은 움막들이 줄지어 있고, 남루한 차림의 사람들이 승용차와 오토릭샤(오토바이 택시) 사이를 오가며 구걸하고 있었다. 인도하면 떠오르는 부정적 선입관을 확인시켜 주는 듯 했다.

그러나 뉴델리에서 차량으로 30분 가량 달려 도착한 우타르 프라데시(UP)주에서는 새롭게 도약하는 인도의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주정부가 조성중인 4,600만평의 대규모 공단에는 세계 유명 기업들의 첨단 공장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고, 유럽스타일의 고급주거지와 도로 건설이 한창이었다.

인도가 꿈틀거리고 있다. 세계 2위의 10억 인구라는 무한한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만년 인구대국'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이 나라가 제2의 중국을 외치며 경제대국으로 변모하고 있다. 정부의 개방경제 정책에 힘입어 인도는 2001년 소프트웨어 수출 62억 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에 뛰어오르며 정보통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인도상공회의소(FICCI)에서 만난 비니타 세티 부국장은 "인도는 2001년 중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높은 5.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상대적인 고성장을 해왔으며, 지난해 시작된 10차 5개년 계획기간 중에는 연 8%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은 현재 약 4,982억달러로 세계 11위에 해당하지만 1인당 소득은 480달러로 최빈국수준. 세계경제기구들은 지금 같은 성장세가 지속될 경우 인도경제는 이른 시일내 세계 5위권 경제강국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래학자들은 인도를 중국과 함께 '21세기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으로 지목하고 있다.

인도가 1990년대이후 본격 성장궤도에 올라선 것은 역시 성공적인 외국인 투자때문.인도 상공부에 따르면 1991년 경제 개방 이후 12년 동안 세계 각국이 인도에 투자한 금액은 총 770억 달러에 달한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001년 11월까지 120억 달러로 1위를 기록했고 모리셔스(70억 달러), 영국(46억 달러), 일본(22억 달러), 한국(21억달러)이 뒤를 이었다.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에서는 아직도 중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상승속도는 가파르다.

투자유치를 통해 인도의 성장이 가시화하면서 세계 유수 기업들의 진출은 더욱 가속도가 붙고 있다. 현대자동차, GM, 포드, 크라이슬러, 혼다 등 각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현지생산에 뛰어 들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MS, 인텔, 필립스 등 IT, 가전, 석유화학 회사들이 치열한 시장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LG전자의 김광로 인도법인장(부사장)은 "유수 기업들의 잇단 인도 진출은 잠재력이 큰 인도 시장과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 동남아·유럽·중동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시장은 현재 웬만한 중진국 이상의 구매력을 갖고 있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KOTRA 뉴델리 무역관의 김승호 차장은 "6,000만 가구의 연소득이 2,000달러 이상으로 추산돼 이들만으로도 이미 상당한 구매력과 시장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인도의 노동력은 가장 큰 장점. 삼성전자 현지법인 윤찬현 상무는 "고졸이상의 근로자는 대부분 영어가 가능하고, 손재주가 좋아 인도공장이 전 세계 삼성전자 공장 중 1인 당 생산성이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들도 90년대 중반이후 속속 진출하고 있다. 100여 개 이상의 기업이 인도에 진출해 있지만, 대부분이 지사 수준이고 직접 투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가 대표적이다. '한국 트리오'는 현지 진출 3∼4년 만에 연 20∼40%씩 성장, 일본의 소니와 도요타 등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권순대 주인도 한국대사는 "시장잠재력이 크고 제3국에 대한 수출전진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인도에 진출할 적기는 지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합작으로 진출했던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현지 업체와의 갈등으로 실패한 사례가 많은 만큼 철저한 검증 후 문을 두드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현지 관계자들은 조언했다.

/뉴델리=글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사진 류효진기자

● R.N. 판디 인도 상공부 산업정책 국장

"인도는 중국보다 경제성장이 늦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이머징마켓)입니다."

인도 상공부 R.N.판디(사진) 산업정책국장은 "인도와 중국은 정치와 경제체제가 다르다"면서 "머지 않아 인도가 세계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도는 1991년 경제개방을 시작한 이래 차근차근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외국자본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현재 국방, 에너지 등 6개 기간산업 분야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모든 분야를 외국에 개방하고 있다. 통신부문은 외국인 투자한도를 현재 49%에서 78%로 올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판디 국장은 "인도가 중국에 비해 경제발전속도가 늦은 것은 경제개방 시기가 중국에 비해 10년 뒤진 데다 중앙정부가 직접 경제를 통제하는 중국과 달리 28개 주와 7개 연방 직할지가 경제를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개방을 전후한 양국 경제상황을 비교할 때 오히려 인도가 중국의 경제성장속도에 뒤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판디 국장은 이어 인도정부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의 2중적인 외국자본 투자승인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행정업무의 일원화 제도(Single Window System)'를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는 현재 전국토의 외곽을 연결하는 순환고속도로를 건설하는 등 도로와 발전 등 기간시설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며 "기간시설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뉴델리=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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