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아침 서울 내부순환도로 홍지문 터널에서 일어난 차량 화재사고를 겪은 사람들은 대구 지하철 참사의 망령에 몸서리를 쳤다. 터널 안에서도 교통사고는 발생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화재가 날 수도 있다. 그러나 근무자가 기기를 잘못 다뤄 멀쩡하던 환기시설과 조명시설이 고장이 났다니, 전동차 문을 닫아 피해를 키운 대구참사와 다를 게 무언가.사고는 흔히 있을 수 있는 것이었지만, 넘어진 차체가 아스팔트 바닥에 미끄러지면서 2㎞ 가까운 터널 한 가운데에서 화재가 난 것이 문제였다. 그래도 전기공급만 계속되었으면 간단히 수습되었을 것을, 근무자가 수동으로 환기시설을 역방향으로 작동시키다 정전이 되어 일이 커졌다. 곧 비상발전기가 가동돼 조명등은 금세 복구됐지만, 환풍기는 20분 동안이나 작동을 멈추어 운전자와 승객들이 차를 버리고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진 것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비상발전기 용량이 적어 환기설비가 작동되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전력을 공급하는데 20분 이상 걸린 일에 대해서는 "휴일과 야간 근무자가 2명뿐이어서 자동으로 내려진 차단기를 올리는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설비를 왜 했으며, 휴일과 야간에는 사고가 나지 않는 법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
4년 전 건설된 홍지문 터널 방재설비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서울에서 가장 긴 터널이지만 화재 감지시설도 없고, 환기방향을 바꾸려면 명령하고 15분을 기다려야 한다. 아슬아슬한 위기 끝에 서울시는 방재시설 보강과 근무자 증원을 입에 담고 있다. 서울에는 길이 1㎞가 넘는 터널이 여러 곳 있고, 전국적으로는 더 긴 터널이 무수히 생겨났다. 이번 사고가 정부와 각 지방 자치단체는 물론, 도로공사 철도청 광산 등 유관 기관들이 지하 시설물의 항구적 안전대책을 서두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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