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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멋보다 제멋 있어야 진짜 멋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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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는 멋보다 제멋 있어야 진짜 멋쟁이"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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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에 몰두하느라 외모에 신경을 쓰지 못했다는 설명은 이제 직장에서 통하지 않는다. 외모도 경쟁력이기 때문이다.옷차림은 외모를 좌우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유행을 따르거나 명품으로 휘감는다고 해서 멋진 직장인이 될 순 없다.

멋이란 우아함과 통속성 사이의 팽팽한 균형이라고 한다. 그래서 멋내기가 생각보다 휠씬 어렵고, 멋쟁이를 발견하기도 의외로 힘들다.

LG전자 신세계 SK텔레콤 등 멋쟁이가 많기로 소문난 회사의 '대표선수' 세 사람을 한 자리로 초빙, 멋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멋내기는 자신에 대한 투자

헤어젤로 삐쭉 세운 짧은 머리가 인상적인 LG전자의 김건희(28) 대리는 "마음에 드는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생긴다. 출근 전 거울을 볼 때 오늘 옷차림이 맘에 든다면 그날 업무도 잘 풀린다"며 출근 전 멋내기는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말한다.

가정용품 수입을 담당하는 신세계의 송선호(34) 대리는 "첨단 트렌드를 감지하고 따라가는 것이 내 직업"이라며 "멋내기는 자기 표현이자 자신에 대한 투자"라고 정의한다. 그 말을 듣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니 헐렁한 바지와 가슴에 걸려있는 안경이 예사롭지 않다.

"어머니는 집과 여자는 늘 가꿔야 빛이 난다고 말씀하셨어요. 내가 회사의 첫인상이라는 생각에 튀지않으면서 깔끔하게 옷을 입으려고 신경을 씁니다." SK텔레콤 홍보1팀에 근무하는 이민경(26·여)씨는 "현재 집을 수리하는 바람에 옷 대부분을 포장해 놔, 10벌 남짓한 옷으로 늘 새롭게 보이려고 애쓰고 있다"며 웃는다.

상황에 맞춰 개성을 표현해야 멋쟁이

소문난 멋쟁이들이 생각하는 진짜 멋쟁이는 어떤 사람들일까? 송 대리는 "비슷한 신사복을 입더라도 자신만의 컬러를 찾아내는 사람이 멋쟁이"라며 "신사복은 비슷해 보여도 칼라의 폭이나 주름, 트임 등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는 패션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신사복 스타일을 고른 후 넥타이핀이나 스카프 등 소품을 활용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라"고 조언한다.

"한가한 시간에 마음에 드는 옷과 액세서리를 고르러 다니는 것이 취미"라는 김 대리는 "시간·장소·상황이란 3대 요소와 잘 어울리는 옷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멋쟁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를 위해 "자유복을 입는 직장에 근무하더라도 신사복 한 벌 정도는 사무실에 갖춰 놓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김 대리의 멋내기 비법은 비슷한 스타일이라도 독특한 소재의 옷을 고르는 것이다.

이씨는 여성처럼 단정하지만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한다. 이씨가 밝은 색상의 옷을 주로 입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제는 꼴불견 패션으로 넘어갔다.

이씨가 "날씨가 더워지면서 지나친 노출을 '감행'하는 여성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말하자, 김 대리와 송 대리도 "짧은 상의에 골반에 걸치는 바지를 입는 여성들이 많은데, 이렇게 입고 앉아 있으면 속옷이 노출돼 남자들이 보기에도 민망하다"며 맞장구를 친다. 송 대리는 "나온 배를 감추기 위해 '배바지'를 입는 것은 피해야 한다"며 "바지 허리선은 골반 약간 위에 맞추되 상의를 헐렁하게 입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주목 받는 만큼 일도 열심히

멋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아직도 이중적이다. 유행과 명품에 집착하면서도, 겉으로는 멋내기에 대해 무심한 척 한다. 특히 직장생활에서 눈에 띄는 옷차림은 여전히 금기의 대상이다.

송 대리는 "입사 초기 '뺀질거린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내 스타일을 고집하면서도 성실하게 일하다 보니, 어느새 감각 있는 사람이란 평으로 바뀌더군요. 그 덕택에 해외상품 구매담당이 되었는지도 모르죠"라고 말한다. 김 대리 역시 "주위의 쏟아지는 시선 때문에 일을 대충 할 수 없어요. 멋내기 취미 때문에 일을 더 열심히 하게 됐어요"라고 말한다.

이씨 역시 멋내기의 기초는 역시 몸매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4일 이상 수영을 하는 등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는단다. 멋내기는 그만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참석자들은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일에 열중하는 사람이 언제나 멋있어 보인다"며 "멋내기는 이 같은 자신감과 조화를 이룰 때 더 크게 빛난다"는 송 대리의 의견에 동감하며 이날의 모임을 정리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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