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사나이 8명의 이별선언A양은 3년 동안 사귀어 온 남자 친구로부터 최근 헤어지자는 통고를 받았다. 3년이면 짧지않은 교제기간. 만나자마자 맺어지는 20대들에게는(30대도 비슷하겠지만) 백년해로에 가깝다. A양이 받은 절교 통지에는 '우리는 단체행동입니다'라는 묘한 이별제안서가 첨부되어 있었다. 게다가 이별은 개인적인 신상문제인데 '우리'라는 복수명사를 쓰고 있었다.
내용은 이렇다. 8명의 30대 사나이들이 모여, 5년 후의 비전을 설정하면서 "목표를 향한 일로매진을 방해하는 요소가 있다면 과감히 제거하자"고 결의했다. 아내 외의 여자와 결별하기, 공무 외 기분에 따라 마시는 술값의 절제, 시간만 잡아먹는 돈내기 고스톱 완전 중단, 한 달에 3권 이상의 책 읽기 등 고학생들의 필승다짐 같은 결의가 그 내용. 그 8명의 남자는 5년 후에 독립하여 사업을 하기로 약속했다.
혹독한 홀로서기 성년식 준비
그래서 A양은 죽고 싶을 만큼 가슴 아프고 온몸이 저린 이별의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의 남친은 '5월이 오면 너를 여왕으로 불러주마'라던 약속을 시든 장미처럼 팽개쳐 버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그녀와 찢어진 그날부터 1주일 내내 밤새 술을 마시고 하루종일 필름이 끊겼다고 한다. 그 역시 30대의 '홀로서기 성년식 준비'를 혹독하게 치룬 셈이다. 조언을 요청해 온 A양을 만났을 때 '사'자 3개를 그녀 앞에서 써보였다. '사나이' 세계의 '사랑'과 '사업'을 의미하는 '사'자 3개를 보고 그녀는 또 울었다. 그러나 A양은 알아야 한다. 직장이 사원들의 인생을 보장하던 시대라면 그 '사'자 3개가 그렇게 심각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지금 30대들은 그런 아픔을 감내하면서 결연히 홀로서기를 준비하지 않으면 안된다. 직장에서 한창 일솜씨가 무르익을 나이에 그 직장을 떠날 준비를 해야 하니까. 직장인이 가장 많이 의존하던 회사가 그 의존을 거절하는 상황에서 스스로의 인생을 추스릴 준비를 해야 하는 30대라면 사생활 정리기간의 설정은 한번쯤 꼭 필요한 통과의례다.
출발을 앞둔 구획정리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8명의 30대는 익숙했던 일상성의 정리에서 오는 금단현상을 겪어야 했다. 50∼60여년 전 조선 여자가 결혼 날짜를 잡고, 사랑하던 남자에게 받은 편지를 불태우는 의지적 행위의 뜨거움에 데이기도 했다.
꼭 여자와의 문제가 아니더라도, 꼭 30대가 아니더라도 끊을 수 없다고 믿었던 것과의 단절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동안 자신을 이끌어 오던 온갖 습관의 정리. 유·불리를 떠나 좋으면 그냥 좋지 좋지 하며 사귀어 온 인간관계의 정리는 싫어도 넘어야 하는 과제이다. 20대에는 여자에 빠져 일을 돌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30이 지나면 일에 대한 책임, 새로운 출발에 대한 책임이 여자에 빠지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 못하게 한다. 그러니까 20대에는 여자에 빠지고, 30대에는 당연히 일에 빠져야 한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30대에게 숨겨둔 여자와의 이별을 권하는 것은 이제 공자말씀이 아니라, 병아리 CEO의 성공을 위한 21세기적 메시지다.
/한국네트워크마케팅협회회장 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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