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 여부 논란이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권의 신뢰성에 대한 공격으로 비화하고 있다."도대체 WMD는 어디에 있느냐"는 비난에서 벗어나 "부시 대통령이 거짓말로 국민, 나아가 세계를 오도했다"는 쪽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라크에서 뒤늦게 WMD가 발견되더라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미 시사주간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가 최근호에서 "지난해 9월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이라크가 WMD를 보유하고 있다고 믿을 만한 정보가 없다는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의 초점이 이동하고 있다.
이어 워싱턴 포스트는 7일 "부시 대통령이 이 같은 불완전한 정보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으로 WMD 존재를 확신했다"며 화살을 부시 대통령으로 돌렸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이라크 정권은 생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은 생화학무기를 추가 생산하는 데 필요한 시설도 짓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후에도 여러 차례 확신에 찬 발언을 거듭하면서 전쟁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WMD 증거에 대한 언론들의 비난도 연일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이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WMD 증거인 트레일러 2대에서조차 생물무기 제조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정보분석가들의 말을 인용해 "이들 이동 시설은 생물무기 제조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며 "이 시설에 대한 평가가 너무 급히 진행돼 하자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AP 통신은 이라크 WMD 관련 정보를 취급하다 지난해 9월 퇴임한 전직 관리의 증언을 통해 "미 행정부가 이라크에 대한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고 추측을 증거로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전 백악관 고문 존 딘 교수는 법률 전문 웹진 '파인드 로(Find Law)' 기고에서 "부시 대통령이 전쟁 승인을 얻기 위해 했던 연설의 상당수가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게 사실이라면 워터 게이트 사건을 능가하는 끔찍한 악행"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가 안보에 관한 정보를 고의적으로 조작하거나 오용했다는 것이 밝혀진다면 이는 헌법 상의 탄핵 사유가 되는 "중대한 범죄"라고 지적했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정보기관을 재선을 위한 불법 공작에 이용한 워터 게이트 사건으로 탄핵 직전인 1974년 사임했다. 당시 닉슨의 변명은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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