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한일 정상회담은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한 양국 간 제반 현안에 대해 상호 신뢰를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평가하게 된다. 공동성명은 각 현안에 대한 다소간 견해차를 노출시키기보다는 봉합한 결론을 제시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은 두 정상이 보조의 일치를 강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북핵 문제에 있어 두 정상은 완전한 폐기를 재차 역설하면서 베이징 회담의 후속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을 강조했다. 또 이를 위한 압력과 후속조치의 필요성을 상기하고 있다. 후속조치에 대해 양국이 입장 차이를 보이는 듯하나 이제 핵 문제 해결의 관건이 북한의 구체적 응답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본질적 이견은 아니라고 해야 한다. 북핵에 대처할 한·미·일 3국 공동의 정책기초가 마련된 만큼 북한의 현명하고 합리적인 처신이 기대된다.
노 대통령은 양국의 해묵은 현안인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회의 유사법제 처리에 대해 과감한 입장을 취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과 달리 일본의 과거사 해명에 집착 않는 대신 "양국 지도자와 국민이 미래를 바라보면서 상호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유사법제에 대해서도 "일본이 확고한 평화주도 세력으로 인식될 때 문제가 안될 것"이라고 규정했다. 요컨대 일본측의 선의와 신뢰를 강조하는 데 치중한 것으로 노 대통령 특유의 실용주의적 성향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이를 두고 관점에 따라 크게 아쉬워할 여지가 있고, 굴욕외교라는 극단적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미래를 지향하자는 모처럼의 정상간 다짐 역시 21세기의 시대적 흐름 속에 충분한 의미를 가질 만하다. 단, 일본측으로서는 '과거역사를 직시'해야 한다고 명시한 공동성명의 뜻을 성의를 갖고 새겨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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