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선행 지표로 꼽히는 미국 증시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다우지수가 1만포인트를 재돌파할지 여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해 8월22일 이후 처음으로 9,000포인트를 넘어섰다. 대형주 중심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 P)500 지수는 2분기에만 16% 올랐고 나스닥 지수도 22% 올랐다. 미국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약세장에 지쳐 증시를 떠났던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온 것으로 보고 1만포인트 진입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지표 개선에 따른 상승 기대
USA투데이에 따르면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었던 이라크전쟁, 테러 위협, 기업 회계 스캔들 등 3대 위협이 지나가고 감세 및 금리인하 등 정부 정책이 증시에 긍정적이며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이 다시 매수에 나서는 등 랠리를 뜻하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손실을 우려해 투자를 보류했던 뮤추얼펀드나 연금펀드들이 최근 6거래일 동안 나스닥에서만 20억달러를 매수했으며 개인들도 주식형펀드에 160억달러를 투자해 지난해 3월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경기 지표들도 랠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우선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지표인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와 비제조업지수가 호전됐다.
1915년에 설립된 ISM(institute for supply management)은 4만5,000명에 이르는 미국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이 단체는 매달 회원들에게 경기 관련 조사를 실시해 이를 지수화해 발표하고 있다. 보통 기준인 50포인트를 넘으면 경기 확장, 이하이면 후퇴를 의미한다.
지난달 ISM 제조업지수는 49.4포인트로 기준인 50포인트에는 못미쳤으나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비제조업지수는 54.5포인트로 두 달째 50포인트를 넘었다.
이같은 지표개선에 힘입어 전문가들 사이에서 미국 증시의 본격 랠리를 전망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주이환 연구원은 "ISM지수 등 지표개선은 시장의 관심을 주가바닥론에서 경기바닥론으로 옮겨 놓았다"며 "앞으로 긍정적인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미국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LG투자증권 이윤학 연구위원도 "각종 경기지표의 개선 등으로 미뤄볼 때 미국 증시는 하락추세에서 벗어났다"며 "변동성지표(VIX)와 기술지표(MACD)들도 2000년 하락국면 이후 처음으로 매수신호를 나타냈다"고 분석했다. 그는 "다우지수는 9,000포인트를 넘어서며 중기추세 반전에 성공했다"며 "단기급등에 따른 조정이 예상되나 앞으로 1만500∼1만900포인트가 중기 상승목표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용지표 부진으로 장기 상승 불투명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의 장기 랠리를 의심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고유선 연구위원은 "ISM지수의 개선으로 미뤄봤을 때 미국 경기가 재하락할 가능성은 낮으나 상승 지속여부는 고용지표와 소매매출 지표의 개선을 확인해야 한다"며 "다음달에 각종 2분기 지표 및 기업들의 실적발표를 보기 전까지는 랠리를 단언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고용이 부진해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들의 재고가 쌓이며 과잉공급 국면을 불러올 수 있다"며 "이 상황이 되면 미국 증시의 상승도 길게 이어지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고 연구위원은 특히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의 동조화와 관련해서 "국내 증시는 미국보다 상승과 하락에 대한 변동성이 큰 편"이라며 "미국 증시보다는 국내 경기가 상승점을 통과해야 국내 증시도 본격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우증권 박상현 연구원도 "디플레이션 위험과 부진한 고용이 미국 경기의 회복을 제약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지표 개선에도 불구하고 채용에 소극적이어서 실업률이 6.1%로 소폭 상승하는 등 5월 고용지표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따라서 그는 "5월 고용지표가 부진할 경우 미 정부에서 추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리 인하는 하반기에나 저금리, 달러 약세, 감세에 따른 저세율 등 3저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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