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6월9일 과테말라 작가 미겔 앙헬 아스투리아스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작고했다. 향년 75세. 아스투리아스는 20세기 스페인어 문학을 대표할 만한 작가 가운데 하나지만, 그의 이력 역시 그의 문학만큼이나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독재자 에스트라다 카브레라에게 박해를 받던 부모 밑에서 자란 아스투리아스는 대학 전공을 의학에서 법학을 거쳐 인류학으로 전전했고, 한 때는 학생 운동에 몰두했고, 남아메리카와 유럽에서 외교관으로 일했고, 조국에서 추방돼 망명 생활을 하다 죽었다.아스투리아스는 소르본 유학 중에 프랑스어로 번역된 마야 문헌을 보고 그 풍요로움에 감명을 받아 그것을 자기 평생의 문학적 질료로 삼았다. 동화와 시를 버무려놓은 듯한 그의 출세작 '과테말라 전설집'(1930)은 바로 이 마야 신화에 바탕을 두었다. 아스투리아스의 가장 잘 알려진 소설 가운데 하나인 '대통령 각하'는 그보다 두 해 뒤에 쓰여졌지만 1946년까지 출간되지 못했다. 시대적·공간적 배경을 밝히지는 않았으나 카브레라 시절의 과테말라를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독재자의 존재가 사회 전체를 어떻게 부패와 음모로 물들이는지를 초현실주의적으로 그렸다.
아스투리아스는 196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작가의 '낡은' 문학관이 엿보이는 수상 연설의 한 대목. "만약에 당신이 단지 독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소설을 쓰고 있다면, 당장 그것을 불태워버리십시오. 불태워버리지 않는다고 해도, 그것은 이내 독자들의 기억에서 지워지고 말 겁니다. 작가들이 그토록 머물고 싶어하는 독자들의 기억에서 말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오직 독자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소설을 써왔나를 잠깐만 생각해 보세요. 지금 그 작가들 가운데 누가 기억되고 있나요?"
고종석/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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