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한국시각) 미 시카고의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뉴욕 양키스의 65년만의 격돌. 로저 클레멘스(뉴욕 양키스)의 개인 통산 300승 달성 수립 여부로도 관심을 모았던 이날 경기의 영웅은 3점 홈런을 날린 에릭 캐로스도, 통산 50승을 달성한 '영건' 캐리 우드(이상 시카고 컵스)도 아니었다.5―2로 앞선 시카고가 9회초 마지막수비에서 1사 1,3루의 위기에 내몰리자 4만명에 가까운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한 목소리로 '희섭 초이, 희섭 초이'를 외치기 시작했다.
홈팬들은 4회초 제이슨 지암비의 내야플라이를 처리하려고 뛰어들다 투수 케리 우드와 충돌, 뇌진탕을 일으킨 뒤 병원으로 후송된 최희섭(24)의 이름을 연호하고 있었다. 의식을 잃어버린 상황에서도 끝까지 글러브에서 공을 놓치지 않은 최희섭의 투혼은 홈팬들은 물론 미국전역에 생중계된 TV를 지켜보던 미국 야구팬들에게도 신선한 감동을 안겨줬다. 이에 고무된 마무리 조 보로스키는 후속 타자를 삼진과 땅볼로 처리하면서 경기를 마무리, 병상의 최희섭에게 승리를 선사했다.
'Let's win for Choi(최희섭을 위해 이기자).' 더스티 베이커 감독은 물론 시카고 컵스 선수들도 경기 내내 이 같은 '주문'을 되뇌었다. 5회 마쓰이 히데키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 0―1로 뒤지던 시카고는 7회 최희섭 대신 타석에 들어선 에릭 캐로스의 3점 홈런으로 5―2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경기가 끝난 뒤 베이커 감독과 선수들은 최희섭이 입원해 있는 병원으로 찾아가 승리 소식과 함께 최희섭이 쥐고 있던 공을 직접 전달하면서 쾌유를 빌었다.
한편 6시간이 지나서야 의식을 되찾은 최희섭은 검사 결과 목이나 머리 등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완벽한 치료를 위해 최희섭은 부상자명단(DL)에 올라 당분간 출장은 불가능하다. 최희섭은 2회말 첫 타석에서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김병주기자 b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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