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실업 증가는 기술 습득을 지연시키는 등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결혼 기피와 출산율 저하를 가속화해 사회 전체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 얼마 전 일본 정부가 발표한 올해 '국민생활 백서'의 내용이다. 이 백서의 부제는 '디플레이션과 생활- 젊은층 프리터(취직을 포기한 채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하는 젊은이)의 현재'다. 디플레이션에 따른 고용 악화가 소비와 결혼, 출산 등 청년들의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매년 발표되는 백서에 젊은층이 주제가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백서는 젊은층 실업이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이 같은 내용을 그대로 우리 정부가 발표해도 틀렸다고 하기 힘들다. 청년층 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4월 중 15∼29세 청년 실업률은 7.3%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7%에 비해 급증했다. 36만명이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뭔가 하고 싶다는 부푼 가슴을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지만, 현실은 너무 차갑다. 그러다 보니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그만둔 아버지와 갓 학교 문을 나선 아들이 한 지붕 아래에서 무위도식하는 경우가 적지 않게 됐다.
■ 반면에 중소기업 들은 사람을 못 구해 난리다. 소위 '3D' 업종은 외국인 근로자가 아니면 문을 닫아야 할 정도다. 청년층 실업이 본격적으로 사회문제화한 2001년 말 노동연구원은 이런 분석을 내놓았다. 취업대란 속에 인력 부족은 임금 연령 직종 지역 등 4대 불일치 때문이라는 것이다. 생산직 기피와 대기업 선호, 노동시장의 유연성 부족,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임금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었다.
■ 정부가 4조원이 넘는 추경 예산을 짰다. 날로 악화하고 있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추경 예산에서 관심을 끄는 부분은 청년 실업 대책이다. 정부는 962억원을 책정했다. 다양한 취업 프로그램을 마련해 3만4,000명에게 취업· 연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평균 실업률을 웃도는 것은 세계적인 현상이다. 자녀수가 줄면서 부모에게 의지하기가 쉬어진 데다 마음에 들지 않는 곳이면 취업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일자리와 현실과의 괴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추경이 효과를 거두려면 청년 실업 문제를 시각을 달리해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가 아니라 '좋은' 일터를 마련해야 한다. 이미 오래 전의 노동연구원 분석이 이를 말하고 있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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