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금리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3년만기 국고채 수익률이 사상 최저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연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에 따라 장·단기 금리 역전 등 금융시장 왜곡현상은 깊어지고, 노년층과 퇴직자 등 '이자생활자'가 겪는 고통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은 휴일 직전인 5일 연 4.07%까지 떨어져 하루짜리 콜 금리(연 4.0%)에 불과 0.07%포인트 차이로 바짝 다가섰다. 이는 3월말(연 4.62%)이나 4월말(연 4.46%)보다 크게 떨어진 것이며, 작년 말(연 5.11%)에 비해서는 1%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이다.
3%대 진입 가능성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향후 경기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안전자산인 국고채로 시중자금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 등 세계적인 금리 인하 공조가 현실화하며 국내 금리의 추가 인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한은이 이번 달은 아니더라도 조만간 콜금리를 더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국고채로 자금이 몰리며 금리가 하락하는 '국고채 랠리' 현상이 당분간 지속돼 이달 중 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연 3%대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단기 금리 역전 심화
대표적인 단기 상품인 91일 만기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5일 현재 연 4.30%로 3년만기 국고채 금리보다 오히려 0.23%포인트나 높았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이 커져 금리가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이처럼 장기보다 단기금리가 높아지면서 시중 자금이 단기 상품으로 몰려들어 자금시장의 선순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380조원에 달하는 부동(浮動)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에 잠복하고 있다가 틈만 나면 부동산시장 등으로 몰려들어 '자산가격 거품'을 조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자생활자 고통 가중
채권금리 하락은 곧바로 은행 예·적금 금리 인하로 이어져 이자생활자의 고통을 증가시키고 있다. 하나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자생활자 등 은행 예금자들은 저금리로 큰 손해를 보고 있다"며 "은행들이 수신금리는 빨리 내리고 대출금리 인하는 한발짝 늦추고 있어 대출자에 대한 혜택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기업의 경우 이론적으론 금리 인하로 자금 조달 비용이 줄어들게 되지만 실제론 은행들이 경기 리스크를 감안해 돈줄을 죄면서 일부 우량 기업만 혜택을 보고 있다. 한국채권평가 관계자는 "절대 금리는 하락하고 있지만 기업들의 신용이 좋아지지 않아 발행 여건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부분의 기업이 저금리로 인한 혜택을 보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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