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역전마라톤대회, 봉황대기 고교야구, 백상체육대상…. 한국일보가 1954년 6월9일 창간 이후 한국 스포츠발전에 기여해 온 족적들이다. 특히 1955년 11월 14일 시작된 경부역전마라톤은 황영조 이봉주 등 마라톤의 기린아들을 배출한 한국마라톤의 산실역할을 해왔다. 그 기간동안 각종 기록경기들도 국내외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인내력의 극한에 도전하는 마라톤과 육상 100m를 보면 기록 향상에 대한 인류의 끝없는 도전을 한눈에 알 수 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 10초5의 기록으로 남자 100m에서 우승한 바비 마로(미국). 그가 9초대에 접어든 현재에서는 예선 통과도 못할 것이라는 점은 흥미롭다.
한국은 전통적 마라톤 강국
마라톤 세계 최초의 마라톤 기록은 1896년 아테네올림픽에서 드미트리 오스델리기아니스(그리스)가 세운 3시간03분05초. 국내 기록은 일제때인 1927년 마봉옥이 조선신궁대회에서 3시간29분37초로 우승한 게 시발점이다. 베를린 올림픽의 영웅 손기정은 35년 도쿄에서 2시간26분42초의 세계최고기록을 세운 뒤 십년이 넘게 세계기록 보유자로 군림했다.
74년 문홍주가 동아마라톤에서 2시간16분15초를 작성한 이후 한국기록은 무려 10년간 침묵하며 암흑기에 들어간다. 84년 이홍렬(경희대)이 마의 15분대(2시간14분59초)를 깬 뒤 90년대 들어 황영조와 이봉주를 앞세워 한국은 다시 황금기를 구가했다.
2000년 2월 도쿄국제마라톤에서 세운 이봉주의 2시간7분20초가 현재 한국최고기록. 세계기록은 2002년 4월 런던마라톤에서 할리드 하누치(미국)가 기록한 2시간5분38초. 2년여만에 자신의 세계 최고기록을 4초 경신한 하누치는 100m를 평균 17초86에 달린 셈이다. 웬만한 중년 남자가 전력 질주해도 쫓아가기 힘겨운 속도다.
이 같은 기록 변천은 과학적인 훈련방법 개발과 마라톤화 등 장비 발달에 상당부분 '원인'이 있다. 심리학자와 생체학자, 영양학자들이 총동원돼 만들어내는 현재의 훈련시스템은 과거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현재 이봉주와 하누치의 차이는 1분42초. 2시간6분50초(88년 딘사모)에서 45초 단축하는데 10년(98년 호나우두 다코스타·2시간6분05초)이 소요된 것을 감안하면 꽤 큰 간격이다.
서말구 10초34, 23년간 감감 무소식
100m 세계수준에 근접한 마라톤과 달리 육상종목의 꽃인 100m는 세계 정상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인간 총알'에 비유되는 육상 100m 세계 최고기록은 지난해 9월 파리 그랑프리대회에서 팀 몽고메리(미국)가 세운 9초78. 99년 모리스 그린(미국)의 최고기록을 0.01초 단축하는데 3년이 넘게 걸렸다. 이 속도면 1초에 평균 10.22m를 뛴 것으로 시속 39.88㎞에 해당한다.
반면 한국기록은 79년 9월9일 멕시코 유니버시아드에서 서말구가 세웠던 10초34가 23년이 넘도록 깨지지않고 있다. 서말구의 기록에 가장 근접했던 것은 85년 장재근이 기록한 10초35. 0.01초가 모자랐지만 이후에는 더욱 멀어져 올해 최고 기록은 4월22일 전국종별선수권에서 임일환(동아대)이 세운 10초68에 불과하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이규섭 사무국장은 "단거리 종목은 아시아 수준과도 많은 차이가 있는게 사실"이라며 "프로종목 선호현상이 심화하면서 선수들이 기피하고 국가적인 투자도 소홀했지만 뒤늦게나마 육상 꿈나무 사업을 통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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