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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증시의 필요악 CB·B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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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래의 스톡워치 / 증시의 필요악 CB·BW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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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에서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자주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우리는 이런 것들이 선진 금융기법이라고 해서 무조건 좋다거나, 새롭고 앞서가는 것이니 만큼 따라 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 쉽다. 하지만 이같은 도구들이 가진 위험성 역시 만만치 않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는 모두 기본적으로 옵션 성격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옵션이 미국에서 처음 나왔을 때 탈세의 수단으로 오용된 일이 있다는 역사를 떠올리게 된다. 사모(私募) 형식으로 발행되는 경우 더 위험하다.

예를 들면 7월 아무 날에 "눈이 오면 1,000만 원을 받고, 오지 않으면 1,000만 원을 주겠다"라는 옵션을 붙인다면 일방적으로 돈을 주겠다(증여)는 약속과 다름없다. 여기에 덧붙여 내년 같은 시기에 "눈이 오면 2,000 만원을 주고, 오지 않으면 2,000 만원을 받기로 하자"는 계약을 붙인다면 결국 '돈 1,000 만원을 1년이자 100%에 빌려준 것'과 다름없는 결과(고리 대출)가 된다. 둘 사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아니겠지만 남의 재산을 가지고 이 같은 거래(deal)를 한다면 횡령의 가능성까지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 증시에서 한때 우선주 발행이 유행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이미 1950년대부터 이를 증권업계에서 자율 규제한 기록이 나온다. 주식으로서의 성격이 애매하여 투자자를 오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였다. 증권 업계 스스로가 투자자 보호의 의지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대목이다. 우리에게는 요즘의 신형 우선주와는 다른 과거의 우선주들이 일으킨 파동이 아직 기억에 남는다.

갤브레이스의 '버블 이야기'라는 책에는 모든 버블의 발생의 뒤에는 공통적으로 금융의 천재가 등장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리고 증권 분석이라는 분야를 만들어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을 오늘날 있게 해 준 공로로 '증권 분석의 아버지'라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과 도드는 41년에 나온 '증권 분석'이라는 책에서 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 사채 등 주식을 이용한 자금 조달 수단들이 유행하는 장세는 열악한 장세라고 지적한 바 있다.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주식을 이용한 이러한 자금 조달 수단이 가진 위험성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보아야만 할 것이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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