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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빗장 풀린 개헌론 / <상>자위대 활동커지며 헌법과 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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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빗장 풀린 개헌론 / <상>자위대 활동커지며 헌법과 괴리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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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대비법이라고 할 수 있는 유사(有事)법제의 통과 후 일본 안보의 진로는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 전력 보유와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쏠리고 있다.유사법제가 통과되자마자 정부와 여당은 미국이 요청하고 있는 이라크에의 자위대 파견을 실현하기 위한 신법 제정에 착수했다.

유사법제가 적의 공격을 받았을 경우 국내에서의 자위대 출동과 활동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이라크신법은 자위대의 해외파병이 일상화했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자위대는 1991년 걸프전 종전 후 소해정 파견, 1992년 유엔평화유지활동(PKO)협력법 제정을 통한 캄보디아 파견, 2001년 테러대책특별조치법 제정에 의한 인도양 함정 파견 등으로 해외파병 실적을 착실히 쌓아왔다.

유사법제와 이라크신법은 결국 자위대가 국내외 어디서든 활동이 가능한 '군대'라는 점을 새삼 분명히 하는 의미가 있다.

이처럼 자위대의 활동이 커지면 커질수록 전쟁을 포기하고 군 전력 및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는 평화헌법과의 괴리는 더욱 넓어진다.

사실상 군 전력인 자위대가 존재하고 있는 것 자체가 헌법불일치 상태인 데다가 군사동맹국과의 전시 공동 군사행동을 하는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할 수 없다는 헌법해석도 자위대의 활동 영역 증대로 한계상황에 처해 있다.

2001년4월 발족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정권은 집단적 자위권을 명기한 개헌을 공약했었고 유사법제의 압도적 국회 통과에서 보여지듯 정치권 대다수가 개헌 필요성에 동의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50%와 국회의원의 70%가 개헌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후세대가 주류를 차지해 침략국이었다는 과거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졌고 증대하는 테러위협과 북한 핵 문제 등이 국민의 안보관심을 높여 개헌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개헌론자들은 패전 후 미군 점령기에 만들어진 지금의 헌법은 일본의 자주헌법이 아닌 만큼 '보통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달라진 안보상황에 맞는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적으로 개헌이 어렵다면 집단적 자위권을 보유하지만 행사는 금지한다는 정부의 헌법해석을 먼저 바꾸는 해석개헌론도 세를 얻고 있다.

무력포기를 규정한 헌법 9조의 개정에는 극력 반대하는 사민당이나 공산당 내에도 환경권, 프라이버시 보호 등 국제수준의 현대적 조항을 반영하지 않은채 제정 55년이 지난 헌법의 보완을 논의하는 '논헌(論憲)'에 동의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각 당의 개헌에 대한 주장과 요구 조문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한 의회 헌법조사회의 중간보고서는 이미 나와있는 상태다.

일본 정치권 내부에선 늦어도 고이즈미 정권의 다음 정권쯤이면 개헌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개헌을 하더라도 전력보유의 자위 목적과 전수(傳受)방위 원칙은 당연히 남겠지만 주변국은 군사대국화에의 의구심으로 아직 용인할 태세가 돼있지 않아 지역의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외교적 신뢰감과 군사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동북아 지역 전체의 새로운 안보대화가 절실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하겠다.

/도쿄=신윤석특파원 ysshin@hk.co.kr

■ 시민들 반응

"한반도 평화를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일본이 군사대국으로 가는 길을 터줬을 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둘러싸고 '제2의 굴욕외교'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방문 이후 '정부가 너무 저자세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계속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외교방식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한·일 정상의 공동성명이 발표된 7일을 '제2의 국치일'로 부르며 강하게 반발했다.

일본문제 관련 시민단체들은 "과거사를 매듭짓지 못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는 사상누각(沙上樓閣)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일본 교과서 바로잡기 운동본부'는 "지금까지 일제 피해자들을 위한 제대로 된 해결책 한 번 내지 못한 한국 정부가 과거사 문제를 '족쇄'로 규정, 자진해서 문제를 봉합했다"며 "노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 해결이 미래를 향한 지름길이라는 인식 아래 대일외교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오지연 간사도 "경제문제를 염두에 둔 미래지향적 관계 강조는 일본에게 과거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일 뿐"이라며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언급과 해결책 제시가 오히려 우경화, 군국주의로 치닫는 일본을 견제하는 데 필수적인 요건"이라고 밝혔다.

네티즌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민들은 청와대 시민단체 각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유사법제 통과 등 최근 일본의 행태와 일본 방문의 성과를 두고 격론을 벌였다. ID '한라산'이라는 네티즌은 "일제 전범세력을 지지하는 유사법제에 대한 비판도 제대로 하지 못한 일본 방문은 제2의 굴욕외교"라며 "민족 자긍심마저 버리는 미래 지향적인 선린외교는 허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ID '킹코'는 "노 대통령은 결국 일본의 우경화 등에 대해 한 마디도 못하고 알맹이 없이 빈 가방만 들고 오게됐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ID '안드로포스'라는 네티즌은 "현상적인 것에만 너무 얽매이지 말고 조금 더 대범하게 넓은 틀에서 바라보자"고 주장했고, ID '믿음'은 "극단을 향해 치닫는 한반도 긴장감을 완화하기 위해 현실적인 외교 태도를 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 한일 정상회담 전문가 평가

노무현 대통령의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때처럼 엇갈린 평을 내놓았다. 북한 핵 문제, 비자면제 등 현안 조율을 통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의 기틀을 다졌다는 긍정 평가도 있지만, 국빈방문이라는 형식에 걸맞은 성과가 없었다는 혹평도 많았다.

윤덕민(尹德敏)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이번 회담은 '해방후 세대'에 의한 첫 정상회담"이라며 "과거 정상회담은 일본의 사죄 수위로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은 선언적 문구에 매달리지 않고 실질적 관계를 모색한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지호(申志鎬)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우리쪽에서 국빈방문을 고집했기 때문에 방일 첫날 일본 국회가 유사법제를 통과시켰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면서 "실무방문이었다면 이런 일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방일을 준비했던 전 청와대 관계자는 "DJ의 방일은 '제2의 국교정상화'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성공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준비가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일본의 고자세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성급함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핵 문제와 관련, 이원덕(李元德) 국민대 교수는 "한일간에 '온도차이'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나, 북한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잘 처리했다"면서 "다만 '북한이 핵포기시 일본이 수교를 추진한다'는 등 북한을 대화로 유인할 수 있는 문안이 없는 대목이 아쉽다"라고 지적했다. 신지호 연구위원은 "우리측은 한미 정상회담 때 이미 합의한 '추가적 조치'라는 표현도 공동성명에 넣지 말자고 했다"면서 "가와구치 일본 외상의 말대로 한국은 한국대로, 일본은 일본대로 할 일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기(李鐵基) 동국대 교수는 "한미, 미일 정상회담 결과를 재확인한 것은 결국 북한에 대해 얼마든지 경제제재, 해상봉쇄 등의 강경조치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면서 "성명에서 이 부분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담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장희(李長熙) 한국외대 교수도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을 더 강조했어야 했다"며 "정부는 DJ 정부의 포용정책을 계승한다는 말을 되풀이하지만 결국 정상회담을 할 때마다 이 정책의 성과를 희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국내의 저명한 일본 전문가는 "DJ 때 과거사를 한차례 짚었다손 치더라도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일본의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면서 "과거에 대한 진지한 반성 없는 미래지향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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