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자국의 이익과 자위를 위해 힘을 기르겠다고 국론을 모았는데 주변국이 이를 비난하는 것은 소아병에 불과하다."언뜻 보면 6일 일본 의회의 유사법제 통과를 비난하는 주변국에 대한 일본 자민당이나 극우단체의 반박 같다. 하지만 이는 놀랍게도 자민련 유운영 대변인이 7일 '일본을 비난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자성해야'라는 제목으로 낸 성명의 한 대목이다. 성명의 요지는 "일본의 이런 행태는 오직 국익만이 존재하는 국제정치에서 있을 수 있는 일로서,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은 일본을 능가하는 국력을 쌓지 못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 무슨 망발인가. 일본 군국주의에 의해 36년간 강점당했던 우리나라가 주변국에 대한 공격의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일본 유사법제를 우려하고 비난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본을 압도할 정치·경제적 힘을 갖고 있다면 일본이 이 같은 일을 저지르지 못했을 것'이라는 형식논리에서, "우리는 일본을 비난할 자격이 없다"는 둥, 오히려 "우리가 먼저 반성을 해야 한다"는 둥 궤변을 늘어놓는 것이야말로 소아병적이다.
여론의 비난을 샀던 노무현 대통령의 현충일 국빈방문을 막후에서 성사시킨 사람은 자민련의 김종필 총재라는 게 정설이다. 그가 지난달 일본에 건너가 이번 방일의 격을 실무방문에서 국빈방문으로 승격시키는 과정에서 일본 천황의 일정에 맞추느라 방문 날짜가 현충일과 겹치게 되었음을 우리 외교 당국자들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기가 막힌 내용의 대변인 성명도 대통령의 현충일 방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추진한 김 총재의 사고방식과 맥이 닿아 있는 듯 하다.
자민련은 도대체 어느 나라 정당인지 묻고 싶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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