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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행진"엔 마침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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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 행진"엔 마침표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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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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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보다 사람 모은 것에 의미 '기부 릴레이'는 5월1일 100명의 첫 주자가 각자의 줄을 이끄는 '이끔이'로 기부를 시작, 한달간 하루에 한 명씩 다음 기부자를 연결하는 나눔의 축제였다. 애초에 단 한 줄을 이어갈 목적이었던 릴레이는 재단 이사회를 거치면서 31줄로, 여기서 다시 100줄로 규모가 늘어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대대적인 행사로 확대됐다. 한 달간의 릴레이를 성공적으로 완주한 줄은 총 35개, 총 참여자수는 1,546명, 입금액은 1억2,357만원이다. 막판 기부자들이 약정서만 제출하고 아직 입금을 마치지 않은 것과 신용카드 기부가 있는 것을 고려하면 최종 액수는 1억5,000여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아직은 기부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1500명이 넘는 사람이 한 행사에 참여한 것은 고무적인 일로 평가 받고 있다. 한국여성재단 강경희 사무총장은 "이 많은 사람 모두가 여성을 돕는 일을 남한테 권유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며 "단순한 수치를 떠나 우리나라 기부 문화가 성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5월 지나도 기부 열기 이어져 김수환 추기경과 소설가 박완서씨가 이끔이로 참여한 줄의 경우 릴레이가 끊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그러나 평소 이 두 사람을 존경했다는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소식을 듣고 자발적으로 줄을 서 극적으로 완주를 마쳤다. 또한 이희호 전 대통령부인 줄에 참가한 미국곡물협회 홍미하씨는 "아는 이의 권유로 부담 없이 행사에 참가했다가 뒤늦게 내 줄의 이끔이가 전 영부인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며 "기부라는 도구로 전부터 존경하던 분과 연결된 것은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한 줄 참여자가 31명을 넘어 고전하는 다른 줄을 돕는 경우도 있었다. 이재은 전 여성재단 사무처장과 방송평론가 이경순씨의 줄이 대표적이며 예일여중에서도 40여명의 교사들이 보도를 보고 '우리도 참여하게 해달라'며 자원, 기부의 손길을 나눴다. 반면 완주에 실패했지만 마칠 때까지 릴레이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책임 있는 이끔이도 있다. 김명자 전 환경부장관,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 등은 '줄이 지체됐지만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며 계속 줄을 이어갈 의지를 보였다. 여성재단 김정린 기획홍보팀장은 "한 달간 매일 같이 야근을 하며 몸은 피곤했지만 이번 릴레이를 추진하면서 작은 힘을 모으는 것이 얼마나 뜻 깊은 일인지 알았다"고 말했다.

/김신영기자 ddalgi@hk.co.kr

전성철기자 foryou@hk.co.kr

빌 게이츠나 록펠러 같은 거부들이 기부문화 확산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기업의 사회 참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행사에 많은 기업인들이 이끔이로 나섰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은 자신의 줄을 단 한차례도 멈추지 않고 일사천리로 진행, 31일이 채 되기 전에 줄을 끝냈다. 행장으로부터 시작해 부행장 임원진 부장 차장 순으로 기부 바통이 이어져 결국 행원까지 릴레이에 참여한 것도 특징. 이 줄의 29번 주자 이기정 과장은 "상사로부터 업무가 아닌 뜻깊은 일의 권유를 받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행장님이 참여하신다는 것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직원들도 별 부담 없이 동참했다"고 말했다. PBMS 론 가우드 사장 역시 자신의 줄을 직원들의 참여로 이어 총 150여명 직원 중 20명이 릴레이에 참가했다. 평소 다양한 사회참여로 소문난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은 교보 계열사 사장들로 자신의 줄을 이었다. 권경현 교보문고 사장, 안상식 교보생명보험 부동산신탁 대표, 신용길 교보자동차보험 사장 등이 신 회장의 다음 주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은 자신과 비슷한 연배인 50대 기업인들로 줄을 이끌어갔다. 특히 이 줄은 풀무원 남승우 사장, 행남자기 김용주 사장, 한국제분 이희상 사장 등 주로 여성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업 사장들이 기꺼이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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