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을 둘러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의 공방, 두산중공업에 이어 철도 노조, 화물연대 등 노동계의 잇따른 파업 투쟁…. 출범 100일을 갓 넘긴 노무현 새 정부는 다양한 이해집단의 폭발하는 요구로 사면초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최근 나온 사회과학 계간지들이 잇따라 이런 이해집단의 참여 문제를 특집으로 다뤄 눈길을 끈다. 한국사회과학연구소와 박영률출판사가 최근 펴낸 '동향과 전망' 봄 호는 '시민사회의 갈등 구조와 사회적 합의의 형성'을 주제로 안정적 민주화 실현 단계를 맞고 있는 한국사회 내의 대립과 갈등을 풀어갈 단초를 짚었다. '당대비평' 여름 호도 특집으로 꾸민 '참여민주주의와 참여정부, 그 간격에 대하여'에서 참여가 갖는 의미를 재조명했다.
'동향과 전망'에 실린 '민주적 심화기의 이익집단의 정치'에서 윤상철 한신대 교수는 197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세계 전반에 걸쳐 진행된 제3의 물결로 권위주의적 엘리트 정치와 계급주의 정치가 종식됐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결과로 남은 것은 결점 투성이의 이익집단 정치. 한국도 예외는 아니며 이제 논의는 "어떤 민주주의인가"의 문제로 나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특히 의사 등 전문직 이익집단의 정치화 원인과 특징을 분석한 뒤 이익집단의 등장은 더 높은 차원의 거대한 사회적 합의와 그에 바탕한 민주적 공적 갈등조정 메커니즘을 요구하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80년대 풍미했던 좌파 모델이나 현정권이 추구하는 신자유주의 모델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보다 갈등과 분열을 확대할 뿐"이라며 사회적 자원의 재분배에 초점을 둔 공평성이나 인권, 환경, 정체성 등의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합의모델을 만들 것을 제의했다. 이 과정에서 정치 행위자들은 국가를 통한 손쉬운 문제 해결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하며 민주화 시대의 국가를 과부하 국가로 만들기보다 시민사회 스스로 공공성을 담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효래 창원대 교수는 '사회적 합의의 형성과 붕괴, 복원'에서 스페인 사례를 집중 분석했다. 70년대 민주화와 이후 신자유주의 경제개혁과정에서 스페인은 이익집단이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확립했으며 이를 통해 경제 불안을 극복하고 정치 안정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노동운동세력도 상당한 보상을 받았으며 정치적 행위자로 승인받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스페인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합의의 틀이란 처음부터 끝까지 노동과 국가, 자본의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었다.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행위자들의 전략적 양보, 제도 영역에서 노동조합의 기능과 정치행위자로서 역할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우선 조건은 사회경제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노동시장 및 복지정책의 결정에 대한 노동조합의 개입과 역할을 승인·확대하는 것이라고 조 교수는 지적했다.
한편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 등은 노동문제와 관련한 '한국사회의 세계화를 둘러싼 정치적·사회적 각축과정 연구'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과 공공부문 민영화 정책을 지배 블록의 지배 프로젝트 관철 과정으로 파악했다. 이들은 민중 블록의 실천적인 투쟁이 세계화의 과정을 굴절·변형시킬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 결국 세계화가 계급투쟁의 새로운 조건을 형성해 전투적인 노동운동의 가능성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대비평'에서 박형준 동아대 교수는 참여민주주의란 대중의 직접 행동을 의미하는 직접민주주의라기보다 정치적 권리의 목록을 제공받은 시민들이 다수의 의지로 필요한 자리에 사람을 선출하고 권력을 위임·수탁하는 의회민주주의의 한 과정이라고 해석했다. 나아가 "참여를 특정 정치 목표를 위해 뛰어들거나 동원하는 데 한정해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타자와 세계에 대한 비판적 이해를 체험하는 통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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