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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지금부터 웃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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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지금부터 웃으세요"

입력
2003.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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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조악한 문구에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우리에겐 분명 문제가 있다."IMF, 이라크 전쟁, 북한 핵 문제 등의 여파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칩니까? 국내 최정상의 귀하신 분들이 당신에게 힘을 드립니다. 지금 전화하세요. 불확실한 미래, 답답한 현실, 속 시원히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버스 등받이에 붙어있는 이 점집 광고의 헤드라인은 '지금부터 웃으세요'였고 양쪽으로 각각 열두 명의 점쟁이 사진이 졸업앨범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왼쪽은 신점이요, 오른쪽은 사주였다. 신내림을 받았다는 분과 고래로부터 축적된 통계를 믿는 분들이 마치 의사당의 여야 의원처럼 양쪽으로 나뉘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었다. 점집 이름은 '디지탈 운명'이었는데 그들에게 전화를 하면 그 스물 네 분 중의 한 분이 IMF와 북한 핵 문제, 이라크 전쟁에 대한 탁견을, 그 어떤 석학도 입도 벙긋 못하는 바로 그 문제를, 최영이니 임경업이니 혹은 바다 건너 관우, 심지어는 맥아더까지 다국적 장군의 힘을 빌려, 월말 전화요금에 합산될 단돈 몇 천원에 벼락처럼 일러주실 것이다. 그러면 정말 웃을 수 있을까?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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