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애 지음 안그라픽스 발행·1만2,000원'우리 도시 예찬'은 엄밀하게 말해 '우리 사는 곳 스케치'에 가깝다. 인간의 손으로 다듬어진 도시 공간의 특별한 미학을 포착한 것은 아니다. 저자인 건축가 김진애(50)씨 자신이 책 서문에서 '동네 산조(散調)'라 표현한 대로, 도시 이야기라기보다는 동네 이야기다. 진주의 남가람 동네, 전주의 풍남동·교동, 경주의 쪽샘마을 같은 곳을 따라가는 저자의 글에서는 도회적 아름다움이 아닌 삶터의 향기가 전해진다. 그러니까 김진애씨는 '동네에서 도시로 진화하는 한 순간'을 붙잡은 것이다.
도시의 매력이 환하게 빛나는 곳은 아무래도 서울이다. 청담동에서는 "도산공원 근처 웨딩숍에서 결혼을 준비하고 인근 카페를 순회하면서 각종 커피를 실험해 보는 20대 '보보스인 척' 족"을 만난다. 강남과 달리 홍익대 앞에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가 없는, '쟁이'의 마음을 가진, '인디'와 '언더' 문화괴짜들"이 모여 있다. 한편 연극이 쇠퇴한다고 하지만 없어지는 소극장은 없는 곳, 도시는 무대이고 사람은 배우인 곳이 대학로다.
저자의 도시 예찬은 '도시의 해악을 해악으로 생각하지 않는' 도시인들이 공감할 만하다. 뭐 하나 사느라 길게 줄을 서는 것도 도시에 사는 맛임을 아는 사람, 기다리면서 뭐든 할 거리를 찾는 사람, 맛있는 요리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 분위기 있는 곳을 찾으면 기뻐하는 사람, 단골로 혼자 앉을 곳 하나쯤 갖고 있는 사람…. 이렇게 도시인이 된 사람들에게 도시를 세포와 유전자에 새기는 법 10가지를 전한다. ①만나라, 먹으라, 사라 ②거닐라, 기웃거리라 ③주말에 가는 곳 하나 둘씩 만들라. ④여행 코스에 도시를 넣으라 ⑤다른 사람에게 자랑하라(자랑하려면 얘기해야 하고 얘기하려면 장소와 친해져야 한다) ⑥남들과 함께 품평하라 ⑦다른 사람들을 데려가라 ⑧자신의 '테마' 자신의 '루트'를 만들라 ⑨살아보라, 정 안되면 잠을 자보라 ⑩당신만의 '사건'을 만들라.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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