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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적절한 "이기명 선생님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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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부적절한 "이기명 선생님께"

입력
2003.06.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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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후원회장이었던 이기명씨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한 것은 대통령의 공인의식을 의심케 하는 돌출 행동이다. 국가원수이자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직분과 사사로운 개인적 관계를 구분하지 못하고, 의혹이 제기된 사안에 대해 일방적 주장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노 대통령은 '이기명 선생님에게 올리는 글'이란 제목의 편지에서 "(이씨는)저를 만나지만 않았어도, 제가 대통령만 되지 않았어도 후배 언론인에 의해 매도되지 않았을 분"이라면서 "저로 인해 생긴 피해에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씨가)계약서 몇 장 때문에 '대통령을 등에 업은 이권 개입 의혹자'가 돼 버렸다"고 주장했다.

편지는 노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으며, 참모들과 협의 없이 공개됐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곤혹스러워 하고, 의혹의 해명을 추진하던 민정수석실이 당황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노 대통령이 토론을 통한 의견수렴과 시스템에 의한 의사결정을 강조해 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씨에게 보낸 편지의 작성자는 자연인 '노무현'이 아니라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이었고, 때문에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졌다.

용인 땅은 당사자인 이씨의 요령부득과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집권당 대통령 후보 시절에 '호의적 거래'라는 1차 매매가 이뤄졌고, 당선자 시절 재매각이 성사돼 취임 직후 계약이 체결됐다. 언론이 의혹을 대서특필하는 이유는 대통령 주변이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씨의 결벽과 억울함을 주장하기에 앞서, 관련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공개해야 한다. 감성적 옹호만으로는 의혹을 풀 수 없고 모양만 사나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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