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6일 한국경제가 올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서 내년에는 정상적인 성장궤도에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는 지난달 30일 "경제가 언제 회복될 지 확실치 않다"며 비관적 전망을 밝혔던 발언을 불과 일주일만에 뒤집은 것이어서 중앙은행 총재가 경기를 제대로 내다보지 못하고 잦은 말 바꾸기로 오히려 경제불안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아시아·태평양 중앙은행 총재회의(EMEAP) 참석차 태국 방콕을 방문한 박 총재는 이날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갖고 "경기부양책과 부동산 투기 대책에 따라 하반기에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 연간 4% 성장이 가능하다"며 "내년에는 정상적인 성장세를 되찾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박 총재는 한 강연에서 "우리 경제는 작년 3·4분기부터 침체의 위기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해 올해는 더 나빠졌다"면서 "경기가 대단히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30일에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 "우리 경제는 2·4분기가 바닥으로 보이지만 언제 회복될지는 확실치 않다"며 극단적인 비관론을 폈다. 이는 특히 5월 초 "우리 경제가 'U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던 발언을 번복한 것이어서 논란이 됐다. 박 총재는 4월 중순에도 "경기부양책을 쓸 때가 아니다"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일축했다가 불과 2주만에 "금리인하 등 부양책을 검토하겠다"고 말을 바꿔 '외압의혹'까지 제기됐었다.
금융계 관계자는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을 오가는 박 총재의 오락가락 경제전망이 도를 넘어섰다"며 "불과 1∼2주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중앙은행 총재의 통화정책을 어떻게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박승 한국은행 총재 발언록
▲4월10일 "현재 경기는 바닥이며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세를 보여 연간 경제성장률이 한은이 수정 제시한 4.1%보다 높을 것이다."
(콜금리 동결 후 기자간담회)
▲4월17일 "경제가 어렵지만 경기부양책을 쓸 때는 아니며, 인위적 경기부양에는 부작용이 따른다."
(국회 재경위 통화정책 보고)
▲4월30일 "사스와 북핵 문제가 예상보다 심각할 경우 금리인하 등 경기부양 검토하겠다."
(기자 간담회)
▲5월13일 "4%성장은 고용대란을 막기 위한 마지노선이며, 별도의 부양책 없이는 4% 성장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콜금리 인하 후 기자간담회)
▲5월29일 "작년 초에는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이 괜찮다고 봤지만 침체가 심화하면서 3분기부터 새로운 위기 국면을 보이더니 올들어 상황이 더 악화했다. 앞으로 저성장·고실업시대가 될 것이다." (대한상의 강연)
▲5월30일 "2분기가 바닥으로 보이지만 언제 회복될지 확실치 않다." (한 라디오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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